美, 과학재단서 지원 받으려면 융합연구 분야로 신청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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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22면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15년께 나노바이오테크 시장 규모가 1800억 달러, 전체 나노 관련 제품·서비스 시장 규모는 1조~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기술 선진국은 바이오·나노·정보통신·환경에너지·문화콘텐트 기술 같은 첨단 융합기술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술 선진국들의 지원책은

미국은 2002년 ‘인간 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융합기술 전략’을 마련했다. 미래 과학기술의 4대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노·바이오·정보통신·인지과학 분야가 초기 연구 단계부터 융합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가과학재단·항공우주국·환경보호국·에너지부 등을 통해 융합기술 분야에 투입되는 자금은 연간 1300억 달러(약 190조원)에 달한다. 신성장동력의 전문가인 KT 윤종록 부사장의 얘기다.

“융합연구가 아니면 미국 국가과학재단에서 지원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보통신과 바이오, 정보통신과 나노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머리를 맞대는 것이지요. 외국에서 전자공학자의 명함을 받아 보면 연구 분야가 ‘나노전자공학’ ‘바이오전자공학’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만큼 융합연구의 풍토가 깊게 뿌리내린 것이지요.”

유럽연합(EU)에서는 2007~2013년 국가 간 공동연구 프로그램에 따라 융합기술 부문에만 116억 유로(약 22조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징은 나노·바이오·정보통신·문화 융합기술과 더불어 환경과학·사회과학·인문학, 그리고 윤리적 규제장치까지 포함한 포괄적 전략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바이오·정보기술 융합기기와 나노바이오 기술 등 단기간에 실용화가 가능한 분야에 집중 지원하기 위해 ‘FOCUS21’이라는 기술개발 전략을 마련한 점이 눈에 띈다.

기술 선진국들은 융합기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기관과 국책·민간연구소, 대학, 기업이 유기적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세계적 첨단산업 클러스터들이 융합기술의 메카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샌디에이고의 바이오 클러스터, 스웨덴 시스타와 핀란드 오울루의 IT 클러스터, 인도 벵갈루루의 소프트웨어 클러스터, 싱가포르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 예다.

세계적 기업들은 바이오 기반의 융합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에서는 IBM·HP와 같은 IT 기업이 나노젠·제네코어 등 BT 벤처기업과 손잡고 헬스케어·바이오칩·바이오인포메틱스 제품 개발에 나섰다. 유럽의 필립스·지멘스와 일본의 히타치·후지쓰·도시바 등도 헬스케어와 신약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과학기술 간의 융합과 더불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을 융합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 인텔은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마다 문화인류학자와 심리학자를 통해 각 나라 구매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윤종록 부사장은 “우리가 앞서가는 정보통신과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다른 분야를 끌어들이면 융합산업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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