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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반등해도 급등은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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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26면

요즘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집값 하락 폭과 바닥 시점이다. 얼마나 떨어지고 언제쯤 바닥을 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입을 다물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변수가 많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소들은 경기가 좋아질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로 나눠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말이 전망이지 ‘각자 알아서 판단하세요’에 가깝다.

2009년 집값 전망

이런 틈에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날리던 익명의 논객 미네르바는 “집값이 반 토막 날 것”이라고 ‘폭탄’을 날렸다. ‘설마’ 하면서도 정말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대폭락 장세라면 선배 격인 일본이 떠오른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89년 5월부터 90년 8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정책 금리를 2.5%에서 6%로 올렸다. 그 부작용으로 주식과 부동산(주로 토지) 등 자산 가격이 폭락했다. 90년부터 2005년 말까지 6대 도시 기준으로 상업지는 87.2%, 주택지는 66.5% 하락했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내수 위축→기업 도산→금융기관 부실화→실업 증가→경기 침체(내수 위축)의 악순환을 불렀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전철을 밟아 향후 10년간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에선 일본과 달리 전국 규모의 버블이 발생하지 않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통해 대출 규제를 엄격히 시행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폭락설은 비판받고 있다. 파격적 전망은 참고할 만하지만 주택 시장을 늘 지켜보는 전문가의 말부터 들어 봐야 한다. 물론 올해 급락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다.

건산연, 최고 10% 하락 예상
도태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버블 세븐 아파트의 경우 고점 대비 최대 25%가량 떨어졌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5~10% 하락할 것이고, 실물경기가 안정된다면 내년 5~6월께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뺀 거의 모든 규제를 풀었다. 집값이 경착륙하는 것을 막는 게 최고 정책 목표다. 재건축 전후 차익에 대해 물리는 재건축부담금 같은 게 남아 있긴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규제 구실을 못 하니 푸나 마나 마찬가지다. 도 정책관은 “입주자가 거의 정해져 있는 도심 재정비 사업을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썰렁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주택 수요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신규 분양 시장은 ▶여전히 분양가가 높고 ▶경기 침체에 따른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으며 ▶미분양 물량이 많이 쌓여 있다는 점에서 재고(매매) 시장보다 더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증가 지역보다 감소 지역이 더 많아지면서 올해보다 16.7% 감소한 26만6639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건산연은 실물경기 침체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금융 시장의 신용위기까지 지속되면 주택 가격은 전국 기준으로 10%, 전세 가격은 1%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국 연간 10% 하락’이라면 체감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연간 하락률은 12.4%였다. 당시 반 토막 주택이 속출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건산연의 시나리오는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덜 나쁜’ 시나리오는 실물경기가 내년 하반기께 회복될 경우 주택 가격이 5% 이내 하락하고 전세 가격은 3% 정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세가가 오른다는 게 주목할 포인트다. 신규 입주 물량 자체가 부족하고 집값 하락을 예상한 잠재 구매자가 전셋집을 찾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반론도 만만찮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불황 때는 이사비를 아끼고 분가를 미루는 사람이 늘어 전세 수요는 감소한다”며 “98년 전세가가 18.4% 하락해 매매가 하락률(12.4%)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주가 올라야 집값 상승
가격 바닥은 가격 거품처럼 미리 알아채기 힘들다. 그래서 앞서 가는 주식 시장을 보고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는 게 낫다는 ‘따라가기’가 그럴듯해 보인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리서치본부장은 “부동산 시장은 통상 주식 시장에 비해 6~12개월 정도 후행했다”며 “이런 관점에서 내년 상반기 주식 시장이 바닥을 확인한다면 부동산 시장 역시 내년 상반기 바닥을 다지고 하반기 반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 집값은 1년간 폭락한 뒤 3년 8개월에 걸쳐 회복됐다. 김용진 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시장을 엄습했으나 순환 주기상 집값 하락은 (끝이 보이는) 하나의 국면일 뿐”이라며 “미국 실물경제 및 주택 경기 회복이 내년 하반기에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므로 2년 안에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쌓여 있는 16만 가구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 최소 2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규제 개혁과 위기 종합대책이 내년 시장에서 한꺼번에 큰 힘을 발휘할 경우 집값 폭락보다는 완만한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이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거품 제거로 인한 추가 하락 폭은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 중심으로 5%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등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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