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사고’ 사단장·연대장 등 줄줄이 중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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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GP(경계초소)에서 23일 발생한 수류탄 폭발사고의 범인으로 붙잡힌 황모(20) 이병은 선임병들의 잦은 질책과 동기생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육군이 밝혔다. 육군 수사본부장인 선종출 대령은 28일 수사 브리핑에서 “황 이병이 내성적 성향과 반항적 기질로 선임병과 잦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선 대령은 또 “추운 날씨에도 GP 환경 정리 때문에 휴식이 보장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자 이를 외부에 알려 현실에서 도피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황 이병은 자신의 범행을 감추고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수류탄 종이상자의 포장 테이프를 바로 옆자리인 장모 이병의 관물대에 놓아두었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그러나 수사가 시작되자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과학수사연구소가 수류탄 손잡이 등에 묻은 땀에 대한 유전자(DNA) 감식 결과 범인으로 드러났다. 황 이병은 26일 오전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며 수사당국에 “사람이 다치기는 해도 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육군은 황 이병이 따돌림이나 구타는 당하지 않았다며 기억상실 증세를 호소해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육군은 황 이병을 살인미수와 군용물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례적 중징계=육군은 사고 책임을 물어 GP장인 김모 소위와 부GP장 김모 중사를 명령위반죄로 구속했다. 이들은 규정상 3곳의 초소에 병력을 투입해야 하는데도 승인 없이 한 곳만 운용했다. 또 규정을 어기고 둘 다 잠을 잤으며 폭발음이 들린 후 상부에 “(북한군의) 총격 도발인 것 같다”고 보고했다.

군 당국은 특히 지휘책임을 물어 조모(소장) 6사단장과 이모(대령) 연대장, 안모(중령) 대대장을 보직 해임했다. 군 당국은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GP 총기난사로 8명의 병사가 사망했을 때도 사단장 보직 해임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한민구(중장) 육군참모차장은 “3년 전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 노력이 진행되는 중 유사사건이 재발해 작전기강 확립 차원에서 보직해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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