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입수한 한보철강의 내부자료는 한보측이 지난해말 작성한.아산만사업 자금투입및 조달계획'과 한보측이 부도직전인 1월18일 통산부에 제출한.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시설자금 추가요청'등 2가지다.자금조달계획서는 당진공장을 짓기 위한 총투입금과 기투입금.향후투입금등을 공정별,자금조달창구(금융기관등)별로자세히 분류.작성한 것이다.시설자금 추가요청서엔 공사비가 늘어난 사유를 1,2단계로 나눠 설명한 부속자료가 첨부돼있다. 한보철강이 부도(1월23일)직전에 자체적으로 만든.아산만사업자금투입및 조달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회사측이 임의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자금운용을 방만하게 했다는 증거라는 것이 금융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이에 따라 이를 근거로 한 채권은행단의 사업계획 심의나 대출심사도 문제가 있음을 짐작케하고 있다.은행이나 한보 나.의문투성이'라는 얘기다.우선 주요 은행의 여신 규모와 실제로 한보측이투자했다고 밝힌 금액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대출금은 1월25일 현재 1조7백83억원이지만 한보측이 밝힌 제일은행 자금으로 투자된 금액은 7천9백49억원(12월 중순 현재)에 불과했다. 제일.산업.조흥.외환등 4개 은행의 대출금 총액도 2조8천2백61억원이나 투자금액은 2조3천7백81억원으로 차액이 4천4백8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차액중 상당 규모는 유용돼 로비자금등으로 사용됐을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금융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대출금과 투자자금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원인이 명확치 않다”며“은행에서 빌린 돈 가운데 일부는 본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하더라도 상당 금액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한보철강측이 왜 대출금 규모와 동떨어진 숫자를 잡아놓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제일은행 관계자는“대출금중 일부는 운전자금으로 나간데다 소요자금을 계산할 때 원금에 대한 금융비용을 고려치 않았기 때문에 차이 가 난 것”이라고 해명했다.또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한보철강의 부채도 당초예상(5조원)보다 훨씬 많은 6조원선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자금운용이 방만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체 자금조달 계획도 현실성이 부족한 내용들이어서 한보측이 공사비를 부풀려 돈을 빼돌린 뒤 로비자금등으로 사용했을 것이란의혹을 낳고 있다. 한보철강은 부지조성공사때 들어간 돈 2천4백14억원 가운데 1천4백14억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자금원을 나열하지 않은채.자체자금'이라고만 두루뭉실하게 표기했다. 또 한보철강의 리스 렌탈 자금(시설을 빌리고 리스사에 건내준돈)도 금융당국은 1조8백66억원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회사측은1조89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혀 8백억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게다가 자체조달 자금 가운데 대여금 회수(5백91억원) 용역수입(2천6백2억원) 부동산 매각(1천7백91억원)등도 포함돼있으나 이 역시 출처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이밖에 한보철강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말 현재 6천8백억원으로 집계됐으나 회사측의 투자금액은 3천5백18억원으로 돼있다.이와 관련,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중 상당수는 만기상환된것으로 분석되지만 이 자금이 정확히 어떻게 사용됐 는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한보철강은 종금사(옛 단자사)로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7천1백9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 자금의 사용내역도 자세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보측이 이같은 자금조달 계획에 이익규모를 늘리거나 적자를 줄이는등 회계장부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의준.이원호.장혜수 기자>박의준.이원호.장혜수>
<한보파문>본지 단독입수 '자금조달 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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