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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광기 어우러진 이색 공포물 두 편 비디오로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수작 공포물 두 편이 나란히 비디오로 나와 컬트 영화 매니어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세기말의 폭력과 억압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는.야수의 날'(우일)과 .데드 얼라이브'(FILM4)는 좀처럼 접해보기 어려운 스페인.뉴질랜드 영화로 할리우드적인상상세계에서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영상을 보여주 고 있다. 스페인의 각광받는 감독인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가 만든.야수의 날'은 95년 스페인 고야영화상을 휩쓸고 컬트.공포영화의양대 영화제인 브뤼셀 팬터지 영화제,프랑스 제라르메 환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석권해 걸작 대열에 올랐다. 치밀한 촬영과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로 영화전문가들도 감탄을 아끼지 않는.야수의 날'은 성서 계시록에 나오는.적그리스도 출현'을 막기 위해 악마를 찾아 정면대결을 벌이려는 한 신부의 투쟁을 보여주면서 스페인 전통의.돈키호테'이야기 구조를 적절히차용,문학성도 인정받는다.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물의 요소 뿐만아니라 추리소설같은 호기심 자극에다 필름누아르적 비정함,블랙코미디적인 유머까지 뒤섞여 신종 공포물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헤비메탈 음악 가운데 어둡고 악마적인 부분을 극대화시키는.데스 메탈'음악이 영화 전편에 걸쳐 긴장감과 스릴을 고조시키는데 주요 기능을 한다. 뉴질랜드의 새로운 공포 작가로 불리는 피터 잭슨의 92년작.데드 얼라이브'는 끔찍한 장면들 때문에 시청 대상을 엄격히 제한해야 할 극단적인 공포물로 분류된다. 좀비족(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나는 지하 인간으로 피를 통해 정상인들을 또다른 좀비로 끌어들이는 자들)들의 지독하게 끈질긴 잔인성을 보여주는.데드 얼라이브'는 과거 경험과 악몽이 우리의의식에 현실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을 강조하고 있다. 주변사람들이 차례로 악마같은 좀비가 돼가면서 소박한 마을 청년이 겪는 고난을 그리고 있는.데드 얼라이브'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좀비의 근성이 잠재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좀비들은)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썩어가는 것”이라며 현대인들의 부패를 비꼰다. 공포.컬트 영화광들은 고전적인 공포물인.이블데드'.좀비오'.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등을 생각나게 해주면서 기상천외한 발상의유혈장면들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색다른 맛을 느낄 만하다.때때로끔찍한 장면들을 어이없게도 코믹하게 보여주는 여러 장면은 보는이의 무릎을 치게 하기도 한다. 공포물과 블랙코미디의 전형적인 장르혼합을 보여주는 이들 작품은 위선적인 종교,관료주의의 비리,비틀어진 계급 관계등 세기말의 각종 사회문제를 패러디화한다는 공통점도 갖는다. 인간성 내부의 억압된 무의식을 폭력과 광기를 통해 적나라하게드러내주는 이 공포물들은 외로운 비디오광들에게 야릇한 카타르시스를 남겨준다. <채규진 기자> 극단적으로 끔찍한 장면을 블랙코미디적 요소를섞어 연출,비평가들과 컬트 영화광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스페인 영화.야수의 날'과 뉴질랜드 영화.데드 얼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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