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24. 한나라 나경원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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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한 젊은 여성이 있었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41.비례대표) 당선자다. 李총재는 당의 '건강한 보수'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전문성을 갖춘 젊은 사람을 다수 영입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하던 羅당선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젊은 보수'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교육자 집안에서 교육을 받은 때문인지 원래부터 보수적 색채를 지녔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다. 그래서 운동권 출신이 즐비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羅당선자는 386세대다. 서울대 법대를 다닐 때 동기나 선후배들 가운데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는 거리를 뒀다. 대신 고시공부를 했고,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다. 법관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7년간 일하던 그는 이회창 후보를 만나고 나서 생각을 바꾼다. "판사는 개개의 사건을 통해 사회를 간접적으로 바꿔 나가지만 정치는 사회의 큰 틀을 직접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선에서 李후보가 패배하자 그는 정치를 단념했다. "정치를 할 팔자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변호사 활동에 전념하던 그에게 다시 정치를 하겠다는 욕망을 꿈틀거리게 한 사건이 생겼다.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그로 인한 역풍이 그것이다. 탄핵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지자 그의 보수 의식이 발동했다. "이러다간 사회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 젊은 사람 중에서도 전문성을 지닌 건전한 보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했다.

羅당선자는 "국회에서 우리 사회의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건전한 보수의 생각을 가진 젊은 사람이라면 그걸 능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율사인 그는 "법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잘못된 법을 고치는 일에 무게를 두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표의 말처럼 진정한 보수는 현실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개선하고 보수(補修)해 나가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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