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KBS 부적절한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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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21일 한국방송공사(KBS)의 25개 지역 방송국 중 프로그램 제작 실적이 아주 부진한 16개 방송국을 통폐합하라고 KBS 측에 통보했다.

공영방송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KBS-2TV의 광고 비중도 줄이라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이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KBS 경영실태 특감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청원으로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여간에 걸쳐 KBS의 예산편성 및 집행, 조직.인력 운영 등 일반적인 경영상의 문제뿐 아니라 지배구조.재원구조의 문제점까지 들춰냈다.

김재선 감사원 사회복지 감사국장은 "KBS가 사실상 국민의 세금(수신료)으로 운영되는 정부투자기관임에도 소홀한 외부 감독으로 인해 예산을 부적절한 용도에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경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지역 방송국 통폐합"=감사원은 우선 강릉 등 KBS 16개 지역 방송국의 경우 중계 기능에만 치중할 뿐 자체 프로그램 제작 비율(지난해 말 기준)이 평균 1.1%에 불과하고 여섯곳은 제작 실적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KBS가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2TV 광고를 늘리는 바람에 광고 수입(약 60%)이 수신료 수입(약 40%)을 앞지르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광고 비중을 줄이고 그에 따른 손실분을 수신료 인상으로 메우도록 권고했다.

◇원칙 없고 방만한 경영=감사원은 "KBS는 국민의 부담금인 TV 수신료로 운영되므로 예산은 정부투자기관과의 형평이 필요한데도 외부 감독이 전무한 상태에서 예산 편성의 준거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투자기관보다 일부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 예산이 높게 편성돼 있다는 것.

또 KBS는 정부투자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규에 이사 등 집행기관의 손해배상 책임 규정이나 비위 직원에 대한 양정 기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다른 정부투자기관의 직원들 같으면 수백만원의 금품만 수수해도 퇴직 사유가 되지만 KBS의 경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고 벌금형에 처해진 직원이 계속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적발됐다.

형사사건 등 자신의 귀책 사유로 대기 발령을 받아 근무하지 않는 직원에게도 보수를 전액 지급한 경우도 드러났다. '정부투자기관 노조 전임자 허용기준'에 따라 노조 전임자 수가 6명으로 제한됐는데도 지금까지 25명의 전임자를 운영해 왔다. 여기에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 예산이 한 해 11억원을 웃돌고 있다. 경영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경영평가단(7인)에도 KBS 출신 인사가 3명이나 포함돼 부당한 평가를 일삼아 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사규에 비위 직원들에 대한 양정 기준을 만들어 넣고, 노조 전임자 수도 적정수로 줄이도록 KBS 측에 통보했다. 또 현재 사장이 가지고 있는 정원.보수 등에 대한 규정의 제정 및 개폐 권한을 이사회에 돌려주고, 전원 비상임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운영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11명의 비상임 이사 중 1명을 반드시 상임 이사로 임명하도록 했다.

◇KBS, "겸허히 수용"=KBS는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이란 임직원 명의의 자료를 내놨다. 이들은 여기에서 "지적된 제반 사항들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감사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KBS 내부개혁 과제들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감사 결과와 추진 중인 개혁과제를 성사시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부 정원 초과나 인건비 과다 집행 등의 지적에 대해선 "사실 관계의 오해나 해석상의 차이에서 비롯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임봉수.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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