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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 사줄까 후순위채 더 매입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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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어떻게 높일지를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고민 중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의 BIS 비율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하면서다. 대통령은 은행이 돈을 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BIS 비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BIS 비율이란 대출·보증 등 위험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게 최소 8%를 넘어야 은행 간판을 유지할 수 있고, 10% 이상이라야 건전하다고 간주된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8%를 밑돌아 인수합병 당한 은행이 많다. 국내 시중은행의 9월 말 현재 BIS 비율은 10.79%로 괜찮은 편이지만 1년 전(12.57%)에 비해선 많이 낮아졌다. 대출을 더 늘리면 한 자릿수로 낮아질 위험이 있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당장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작다. 이종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27일 “은행들의 경영 현황을 볼 때 공적자금을 투입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광우 위원장도 전날 “공적자금 투입은 너무 앞서간 얘기”라고 말했다.

유력한 수단은 한국은행이 은행의 후순위채를 더 많이 사주는 것이다. 한은은 은행채를 사들이면서 그중 약 10%를 후순위채로 채우고 있다. 이 비율을 높이면 BIS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또 채권시장안정펀드나 산업은행·연기금이 은행들의 후순위채를 사들이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후순위채를 많이 팔면 은행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며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BIS 비율 개선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사들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은행의 위험자산을 줄여주는 셈이다. 그러려면 금융공사의 자금이 풍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은이 금융공사가 발행하는 공사채를 사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 캠코는 다음달 4000억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당은 우선적으로 받지만 의결권이 없는 상환우선주를 은행이 발행하고, 산업은행이나 연기금이 이를 사주는 방법도 있다. 은행들은 싸게 자본을 늘릴 수 있고, 투자자는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은 은행들의 자구 노력을 더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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