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두개의 정서적 중심은 바로.고통'과.욕망'이 아닐까.손안에 쥘 수 없는 것들을 욕망하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영혼은 우리 인생을 비극적으로 만들지만 때로 그때문에찬란한 빛을 발하기도 한다.고통은 비겁하게 피하 면서 자신의 욕망대로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추해보이고,인간적인 욕망은 무조건 억압한 채 이상한 방식으로 희생자 역할만 자처하는 이들은자칫 주위사람까지 비루하게 만든다. 박완서의 소설을 원작으로 옮긴 MBC의.미망'은 드라마로선 천박하고 상투적인.욕망'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기품있는 작품이다.원작의 문학성에 기댄 탓도 있겠지만 성의있는 야외촬영과 연기자들의 자연스런 열정 덕에 생동감 넘치는 화면의 아름다움도 시원하다.그러나 카메라의 한계를 절감하게 만드는 대목도 적지않다.가령 1부의 주인공 청상과부 머리방 아씨가 사생아를 낳은 후 돈궤를 옮기다가 쓰러지는 장면에선 원작에서 말하고자 했던.밑이 빠지는 끔찍한 형벌'을 재현해낼 길이 없어 보인다(아마도초현실주의나 표현주의 영상미학이 필요한 대목일 듯하다).소설은그럴 수 없으나 영상은 만들어내는 3차원 공간과 음향의 미학을재창조하려면 조금은 더 고단하게 움직여야 할 듯싶다. 미망의 주인공 태임은 구한말이라는 시대배경에도 불구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당당한 성격이다.동해랑이란 거상의 상속인이 된다는 점,배우자 선택도 현대여성보다 더 주체적으로 한다는 점등 때문에 과연 그런 여성상이 그 당시 가능할 수 있느냐는 리얼리티에 관한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같다.그러나 조선시대에이미 시전(市廛)활동을 하는 6개 단위 이상의 여인전(女人廛)과 보부상안에도 여상단(女商團)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중인계급에 속한 여주인공이 한 경제인으로서 눈부시게 활약할 수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00년 전후로 외국선교사들의 학교는 물론 북촌의 부르주아부인들,완순군 부인이나 엄비같은 최상류층 여성들까지도 평등한 여성교육을 주장하는등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같이 담아낸다면 극의 사실성은 더 배가될 듯하다.감상적인 올성의 입맛에나 맞는,.참을성 많고 순종적이며 수동적인'종상과 승재,그리고 잘난 여성 태임의 삼각관계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시간과 공간이 애매한 애정극으로 전락해 고급 시청자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겠다. 성공하는 여성들은 상실에 따른 자신의 불행을 인생의 한 도전으로 간주해 거기에서 비약할 힘을 얻는다. 부모는 물론 남은 후견인인 할아버지까지 억울하게 잃은 여주인공 태임도 내면의 아픈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면서 자신의 앞길을 독자적으로 개척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허우적대며 남자의 후광에 의지한 채 미모를 팔아 지위와 부(富)를 사려는 현대의 허영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강인한 여성의 자취가 그윽한 드라마다.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TV읽기>MBC드라마 "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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