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 대부분 "모른다" 함구로 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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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에 소환된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과연 굳게 다물어 온 입을 열고 정치권을 비롯한 로비대상자들의 명단을 밝힐것인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검 중수부에만 5번째 끌려온 鄭총회장은 매번 함구로 일관해.자물통'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鄭총회장은 현재까지의 검찰조사 과정에서도 역시 순순히 입을 열지 않고 부정수표단속법등 객관적 물증이 명백히 확보된 극히 일부의 혐의사실만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鄭총회장은 30일과 31일 조사를 받으면서“수표는 본인이 책임지고 발행했다”며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은 시인했으나 배후.비호세력 부분은 근처만 가도“모른다”“그럴 리 없다”며 부인에 부인을 거듭하고 있다고 수사관계자는 전했다.단지 수 사가 압박돼오면 틈나는 대로“아이구 배야!”“아이구,머리가 터질 것 같네”하며 고통을 호소해 수사의 리듬을 깨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조사에 순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한보그룹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주요장부등을 폐기하고 핵심인물들을 해외로 출국시켜 鄭총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 철저하게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또 鄭총회장이 수서사건때는 검찰 소환전 정치권등과 사전조율을거쳐 만든 살생부(殺生簿)로 검찰과 타협한 것으로 소문났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 소환된 鄭총회장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검찰은 鄭총회장이 검찰소환 직전 후배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인들은 함께 골프를 치고 용돈을 줘도 필요없더라”며 심한 배신감을 표출하기도 해 느닷없는 폭탄선언이 나올지 모른다고 조심스런 기대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룹의 공중분해가 거의 확실해,정치권과 금융계에 대한 배신감이 로비대상자 명단 폭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심리기법을 더 보강한 조사방법을 택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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