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배기 준비는 잘돼가니껴.” 경북안동의 우정학 수협소장은 설날이 가까워지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인사를 받는다. .돔배기'는 제사용 상어고기를 나타내는 이 지방 사투리.전통의식을 철저히 따지는 안동 지역에서 설차례상에 반드시 올라가야하는 것이 상어고기다보니 이에 대한 수급.판매를 맡고 있는 우소장에게 자연히 주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소장은 이미 두달전부터 주산지인 마산.목포와 수입항인 부산등에 직원을 직접 보내 귀한 어종인 상어를 그럭저럭3가량 확보했다.그래선지 요즘 그는 자신있게“잘돼가니더”라고 답한다. 〈관계기사 35면〉 설날을 맞아 이 지역 저 지역으로물밑이동하는 생선은 비단 상어뿐만이 아니다.전통적인 조기.도미외에도 문어.홍어.청어.꽃게.볼락.가자미.명태등 갖가지 생선이전국 여러 지역의 독특한 설차례상을 찾아가기 위해 이동중이다. 생선들의 설날맞이 대이동이 이미 두세달전부터 시작된 셈이다.민족대이동이 벌어지는 설날 차례상에 오를 생선들도 수급상황에 따라 대이동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지역 특성과 제례법에 따라“차례상에는 한고개를 넘으면 다른 생선을 쓴다”는 옛말처럼 같은 도(道)라도 동네마다 독특한 어종을 선호해 쓰기 때문이다. 요즘 남해안에서만 소량으로 잡히는 꽃게는 서둘러 전북남원으로실려간다. 남원지역에선 봄.가을이 제철인 꽃게가 이 무렵 귀하다는 이유로 차례상에 오르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흔히 잡히는 청어는 잔뼈와 기름기가 많아 이 지역에선 천덕꾸러기 신세지만 요즘 경북 내륙지역으로 대이동해 설차례상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또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남북지역에선 홍어가 대표적인 차례상생선으로 대접받아 인근 지역의 생산량으론 턱없이 부족,경남 해안지역에서 생산되는 물량까지 전량 이동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전국적으로 쓰이는 조기.명태.도미 뿐만 아니라 문어등도 연근해 어획량이 크게 줄어 지역별 특성에 따른설차례상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따라서 요즘은 중국은 물론 멀리 라스팔마스해역.멕시코 등지에서 잡 힌 유사한 모양의 각종 생선들이 우리나라로 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준 기자〉
<뉴스를잡아라>설 차례상의 일등손님 생선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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