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핵폐기물 관련 현지서 "반출계획 취소하라" 삭발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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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오늘 대만전력공사를 방문하려는것은 북한으로의 핵폐기물 수출과 관련,머리를 맞대고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당신네 한국사람들이 왜 대만까지 와서 난리야.한국으로 돌아가.” 29일 오전11시 타이베이(臺北)시 뤄스푸(羅斯福)거리 3단(段)에 위치한 대만전력공사 본관 입구 앞.대만전력공사를 찾은 장원(張元)녹색연합 사무총장등 녹색연합과 대만환경보호단체 회원 20여명은 입구를 가로막고 선 대만전력공사의 노조원들에 의해 길이 막히고 말았다. “당신들 혹시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대만에 온것 아니오.한국에 가서 노동자들의시위를 지원해주는게 낫지 않소.” 플래카드까지 들고 엉뚱한 논리를 펴던 이들 대만전력공사의 노조원들은 거듭된 한국 녹색연합의 설득에.우리는 친구'라며 손을 맞잡긴 했지만 끝내 한국측의대만전력공사 방문만큼은 몸으로 저지했다.1백여명의 보도진과 경찰이 張사무총장 일 행을 에워싼 가운데 마침내 대만전력공사의 지룽쉰(紀榮薰)홍보과장이 나와 정상적인 방문절차를 주선했으나 이 역시 노조와 대만전력공사간 협의가 안끝났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대만전력공사는 한국측 항의에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북한에 가서 항의는 왜 안합니까.” 한국 녹색연합과 대만전력공사 노조간의 대치가 2시간 넘게 답답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중국신보(中國晨報)의 처우옌링(邱燕玲)등 대만의 상당수 기자들은 항의장소로 북한이 아닌 대만을 선택한데 대한 의아심을 표했다. 대만의 대다수 기자들은 서신왕래조차 안되는 남북한 사정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92년 단교후 만5년도 채 안됐지만 한.대만간엔 이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결핍돼 있었다. “단교할때 언제 대만에 제대로 통보나 했소.” 대만전력공사의야오장린(姚江臨)노조위원장은 한국 녹색연합이 대만의 핵폐기물 수출에 반대하는 이유가 전인류애에 기초한다는 것은 제쳐놓고 한국이 대만을 깔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일로만 보고 있었다. 마침내 오후1시 대만전력공사 핵폐기물 최종처리처 랴오자오총(廖肇聰)조장이 나와 북한에의 핵폐기물 수출계획은 변함이 없다는대만전력공사의 최종입장을 밝혔고 張사무총장은 이에 항의,삭발.단식농성에 돌입하고 말았다.음산한 대만의 겨울바 람이 뤄스푸 거리 3단 282번지 대만전력공사 입구에 잘려 떨어진 張사무총장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지만 대만인들의 눈엔 그저이 역시 한낱 쓰레기로만 보일까. 단교한지 5년이 안됐지만 한.대만간 깊게 팬 국민감정의 골이무척 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한.대만간에 걸쳐있는 모든 문제에 관해 대만인들은 먼저 단교의 아픔을 짚으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해말 구성된 한.대만간 의원친선협회의 활발한 활동이 아쉬운 때다. [타이베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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