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제살깎는 아파트값 담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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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돈'이 나라를 온통 흔들고 있다.수조원짜리.한보(韓寶)회오리'가 정.재계를 강타하는가 하면,서민들은 때아닌 아파트값 올리기에 안간힘이다. 요즘 아파트 반상회는 예외없이“어디가 얼마나 올랐나”하는 정보교환으로 시작해“우리도 절대 내려받지 말자”는 결의로 끝난다는 소문이다. 대규모 단지일수록 극성이고,그러면 값이 더 뛴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아파트값은 사실 이상하게.군데군데'오르고 있다. 누군가가.주택시장 불균형'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요즘같은 불경기에 대형 아파트 수요가 갑자기 폭발할 이유가 없고,또 올해라고 공급이 특별히 끊기지도 않았는데 수급차질 현상이 빚어지는건 수상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역(逆)작용이다.불균형 시장에선 우선 공급.수요자의 행태를 가늠하기 어렵다.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값이 튀는 방향.시기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가격이 오르면 팔아야 정상이지만 불균형 시장이 되면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인다.팔 사람은 단기간에 값이 더 오르리라 예상하기 때문이다.수요자는 그러나 갑자기 올라간 가격에 적응하지 못한다. 거래는 일시에 끊기고,값만 연쇄적으로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게된다. 이럴때 투기꾼들이 끼어든다.그들은 값을 더욱 부추기기 위해 그럴듯한 주기(周期)설도 퍼뜨리고,말도 안되는.선거특수'도 붙인다.또 괴(怪)자금까지 끌어들여.선량한 수요자 행세'를하기도 한다.그러면서 이미 확보해 뒀던 아파트 여러 채를 단숨에 팔아치워 큰 이득을 보곤 시장을 떠난다. 눈치만 보던 서민들은 상투를 잡을 수밖에 없다.팔려고 해봐야.꾼'들은 자기 아파트를 다 팔 때까지 절대 팔아주지 않는다.그냥 듣기 좋게 값만 되풀이해 올려준다. 그들이 떠난 다음엔 당연히 후유증이 남는다.아파트값은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는 성질이 있어 실수요는 더욱 위축되고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부동산 시장은 값만 오른채 다시 꽁꽁 얼어붙고 꼭 팔아야 하는 사람만 안달이 나게 마련이다.매매시기를 잘못 잡은 서민은 상당한 손해를 보기까지 한다. 한몫 잡은.꾼'들은 과소비로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지만 값올리기에 동조했던 주민에겐 올라간 물가만 돌아온다. 당국은 그런데도 아직 당장의 황금을 좇는 서민들의.제살깎기식'값올리기 담합을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러면서 투기꾼을 엄벌하겠다는 엄포만 놓고 있다.때아닌 아파트값 파동에.실명제'가 정말 먹혀들지 두고 볼 일이다.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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