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현대판 不老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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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전설에 나오는 신농씨(神農氏)와 춘추시대의 진시황(秦始皇)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려 애쓰다 죽었다는 점이다.신농씨는 약초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하나하나 직접 복용함으로써 하루 7 0번 이상이나 중독됐다고 한다.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단장초(斷腸草)라는 독초로 전해진다.그런가 하면 부귀영화에 맛들인 진시황은 봉래도(蓬萊島)에 있다고 알려진 선약(仙藥)을 직접 구하러 나섰다가 중병에 걸려 죽었다. 그리스 신화에도 만병을 통치하는 파나케아 여신 등 불로장생에관한 이야기들이 간혹 엿보이지만 중국만큼 구체적이지는 않다.그까닭인지 아직도 서양사람들에게 거대한 중국의 땅덩어리는.불로초의 보고(寶庫)'로 인식돼 있다.가령 외지고 험준한 구이저우(貴州)지방의 석회암지대에서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약초들에 대해세계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지는 오래다.덩샤오핑(鄧小平)이 여러 해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지역의 약초로 빚은 장수장락주(長壽長樂酒)를 마셔오고 있다 는 것도 꽤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의 동양인들이 하나하나의 약초에서 탁월한 효능을 발견해내는덴 장구한 세월에 걸친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현대의 서양인들은 단시일내에 그 과학적.의학적 근거를 찾아내려 골몰한다.그 과정에서 돌출한 것이 생약제제의 붐이다 .채 검증되지도 않은 생약제제들이 항암.정력강화.체중조절등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치.신비의 영약'처럼 치부되고있다. 대표적인 것이 멜라토닌과 DHEA(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 따위의 생약 호르몬제들이다.재작년 뉴욕 과학아카데미가 학술대회를 열었을 때 전세계 과학자들이 “이들 호르몬제는 노화하는 뼈와 근육및 면역체계의 강화를 돕고,암.당뇨병 퇴 치에도효과적”이라는 예비적 근거를 제시하면서부터.현대판 불로초'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불로장수라면 기를 쓰는 우리 나라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당국이 국내법을 근거로 반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한병에 8천원짜리를 15만원에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건강보조식품의 연간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니 차라리 최장수국가를 지향하는 것으로나 위안을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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