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일본 정당 路線조정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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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계개편이라는 대지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본 정당들이 물밑에서 입장정리에 한창이다.의석 과반수가 안되는 자민당이 사민당과 사키가케의 협력을 얻어 소수 단독정권을 이끄는 불안한 균형이 언제 깨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지난해 1 0월 총선에서 뚜렷해진 유권자들의 보수회귀 경향도 정당들의 노선변경을 다그치는 요인이다.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는 쪽은 의외로 지난 총선에서 선전한 공산당이다.비록 총선에서는 약진했지만 내부적으로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하고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혁명 대신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의미다. 3당인 민주당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간 나오토(菅直人)두대표의 정치전략이 심각한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하토야마는 민주당이 계속 야당으로 남아 보수당인 신진당이 자민당과 손잡을 경우에 대비,독자적인 거대야당으로의 발돋움 을 모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후생성장관 당시 에이즈 약화사건을 파헤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간대표는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에 보다 적극적이다.그는 강연을 통해“하시모토정권이 행정개혁 정권을 표방한 이상민주당이 개혁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정권에 참여하 는 쪽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자민당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전총리는“지금까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신진당 당수의대립이 일본 정국의 축이었으나 앞으로는 하시모토와 간의 새로운협력과 경쟁 가능성에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 내홍을 겪기는 사민당도 예외가 아니다.최근 사민당 참의원의 상당수가 민주당으로 당을 옮겼고 구보 와타루(久保亘)전대장상도사민당에서 이탈했다. “일본 정치판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한두번의 선거와 대대적인 정치판 헤쳐모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갈파한 고토다 마사하루(後藤田正晴.82)전관방장관의 예언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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