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올해도 고액배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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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권사의 고율 배당에 대해 노조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은 20일 증권사의 고율 배당이 외국 자본과 지주회사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28일 열리는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주주총회를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터넷 거래 등으로 인한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증권사의 실적은 나빠지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꾸준하게 고액 배당을 해왔다. 올해도 세종증권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주당 4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으며, 우리증권은 지난해 순익보다 다섯배 이상 많은 배당을 하기로 했다. 외국계 파마그룹이 대주주인 메리츠증권도 지난해 순익의 두배를 배당금으로 주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에도 순익의 14배 이상을 배당했다.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배당 성향(당기 순이익 대비 배당 총액)은 ▶우리 587%▶메리츠 207%▶한양 96%▶신흥 76%▶부국 68%▶대신 67%▶유화 52%▶삼성 51%▶하나 42%(건물 매각분 제외 시 111%) 등이다. 거래소 12월 결산법인들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24.6%였다.

증권산업노조 김정배 정책국장은 "순이익보다 지나치게 배당을 많이 하면 국부 유출과 회사 부실 우려가 있다"며 "대주주 지분이 높은 증권사들이 이익과 내부 유보금을 빼가 증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권연구원 오승현 연구위원은 "기업 실적이 나빠도 과거 유보이익으로 배당할 수 있으며,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 한도 내에서 배당이 이뤄지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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