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이어 개성관광마저 위기 … 현대아산·북한‘10년 인연’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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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의 개성관광 중단 통보로 다음 달 관광을 예약한 4200여 명의 관광객은 개성 땅에 발을 딛지 못하게 됐다. 대북 관광사업을 주관하는 현대아산은 고객 본인이 예약 취소를 하지 않더라도 일괄 취소해 환불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25일부터 30일까지 예약한 관광객 1800여 명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그대로 관광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일단 이달 말까지는 관광에 지장이 없는 한 개성관광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북측 조치는 예약한 관광객에게 개별 통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북측의 이번 조치로 연말까지 약 8억여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사는 개성관광을 대가로 남측 관광객 1인당 100달러를 북측에 지불하고 있고 관광 요금이 18만원 선에 불과해 관광객을 보낼수록 적자다. 때문에 관광 중단에 따른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 게다가 협력업체의 피해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관광은 아직 숙박이 불가능하며 남측 협력업체들이 식당 등을 하지 않고 북측이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개성관광객을 운송하는 관광버스 업체들은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북한의 개성관광 중단 조치로 다음 달부터 모든 북한관광을 중단하게 된 현대아산 사무실 복도에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사진이 걸려 있다. [최승식 기자]


비록 북측 조치에 따른 손실액이 크지 않더라도 대북 관광사업의 전면 중단은 현대아산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대북 관광사업은 작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필생의 꿈이었다. 그는 1989년 1월 북한을 방문해 북측과 금강산 관광 의정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 경색과 김영삼 정부하에서 현대그룹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로 대북 관광사업은 한동안 숨을 죽였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출범에 맞춰 98년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방북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해 11월 18일 금강호가 속초항에서 금강산으로 출항하면서 최초 금강산 관광이 이뤄졌다. 금강산 관광은 2003년부터 육로 관광길이 열렸으며 2004년부터 육로로만 진행돼 왔다. 올 3월부터는 승용차를 이용한 관광도 가능해졌다.

현대아산은 설립 초기 한동안 적자를 보다 2005년 이후 내리 3년째 흑자를 냈다. 사업 기반이 자리를 잡는 듯하자 현대아산은 금강산 비로봉과 백두산 직항로 관광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오히려 있던 사업마저 접는 상황에 처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성관광 중단은 정치적 문제라 사업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희성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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