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겸손한 야마시타 게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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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8강전>
○·야마시타 9단(일본) ●·쿵 제 7단(중국)

제1보(1∼18)=일본 랭킹 1위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 9단의 이력은 화려하다. 20∼23세 때 신인왕전 4연패를 이루며 최고의 신인으로 등장하더니 25세 때 기성전 우승컵을 거머쥔다. 기성전은 일본 최대의 타이틀전. 과거 괴물 기사 후지사와 슈코 9단이 “일년에 네 판만 이기면 된다”고 호언했던 바로 그 기전으로 우승상금만 6억원이 넘고 대국료에 다른 혜택까지 가산하면 10억쯤 되는 그야말로 세계 최대 기전이기도 하다. 현재도 기성 타이틀은 야마시타의 수중에 있다.

이에 비하면 야마시타의 세계대회 성적은 초라하다. 매번 단 칼이나 두 칼. 하나 야마시타는 체면을 내세워 뒤로 숨지 않고 부지런히 세계무대를 돌아다니며 터지고 고생했다. 다행히 이번엔 중국 랭킹 2위 셰허 7단과 저우허양 9단을 연파하고 8강에 올랐다. 8강전 상대는 중국 랭킹 6위의 쿵제 7단.

11월 18일 오전 10시 삼성화재 유성 연수원. 호방한 기풍의 야마시타가 6, 8에 이어 10으로 모양을 넓혀 온다. 10에 대해 ‘참고도’ 흑1로 두는 수가 최신 유행 수법이다. 그러나 쿵제는 실리보다는 11, 13의 두터움 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날카롭고 잘 생긴 쿵제. 그는 얼마 전 응씨배 세계대회서 이세돌 9단과 만나 초반에 대마를 잡고도 졌다. 아마도 충격이 오래 갔을 텐데 이번 대회도 꾸준하다. 18은 재미있는 수.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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