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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미끄럽다’의 두 가지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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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끄러움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 신기, 미끄럼을 탈 땐 사용 방법부터 숙지하기….”

물놀이 안전 규칙을 보면 ‘미끄럽다’가 ‘미끄러움’과 ‘미끄럼’ 두 가지 형태로 쓰이고 있다. 모두 어법에 맞는 표현일까?

미끄럽지 못하고 꺼칠꺼칠하다는 뜻의 ‘껄끄럽다’의 경우 ‘껄끄러움’이란 말은 있어도 ‘껄끄럼’은 없다. ‘부드럽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끄러움’과 ‘미끄럼’은 둘 다 사용 가능한 표현으로 쓰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저절로 밀려 나갈 정도로 번드러움을 일컫는 말인 ‘미끄러움’은 ‘미끄럽다’에 명사형 어미 ‘-음’이 붙은 것이다. 미끄러운 곳에서 미끄러지는 일 또는 그런 놀이를 뜻하는 ‘미끄럼’은 ‘미끄럽다’에서 파생된 명사다.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부직포가 깔린 실내 스키장은 미끄러움이 덜해 초보 기술을 익히는 데 좋다” “눈썰매장에서 미끄럼을 탔다”와 같이 쓴다.

다만 명사로 굳어진 ‘미끄럼’은 “눈이 얼어 등산로가 미끄럼”처럼 사용할 수 없다. 서술어를 명사형으로 만들 땐 ‘미끄러움’이라고 해야 된다. 이와 같은 경우의 단어로는 ‘어지러움/어지럼’ ‘간지러움/간지럼’ 등이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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