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재배치, 돈만 들고 실익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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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해 국방부가 추진 중인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전략이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방안이라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미 상원의 요청에 따라 미 의회예산처(CBO)가 5월에 작성한 '해외 미군기지 변화에 따른 옵션'이라는 보고서 내용을 요약했다.

◇미군 재배치는 돈먹는 하마=미국은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40만명에 달하던 해외주둔 미군을 절반인 20만명 선으로 감축했다. 현재 미 국방 당국은 또다시 대규모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투력은 물론 예산 측면에서 미군 재배치 계획은 돈만 많이 들 뿐 실익이 크지 않다.

예를 들어 해외 미군을 어떤 방식으로 재배치하더라도 예산 절감액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정도다. 반면 재배치에 필요한 새로운 예산규모는 70억달러에 달한다.

◇신속배치에 도움 안 돼=한국에는 50년대 이래 2사단을 주축으로 한 주한미군 3만7000명이 주둔해 있다. 주한미군 중 1만3000명은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채 1년간 한국에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전진 배치된 2사단을 한강 이남 2개 기지로 통폐합하는 것과 독일 주둔 미군 중 3개 전투여단을 동유럽에 옮기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과 전투력 측면에서 이 방안은 '실익'이 없다. 우선 이 계획을 추진하려면 29억~50억달러 상당의 신규 예산이 필요하다. 또 독일주둔 미군기지를 동유럽으로 옮긴다 해도 장차 분쟁지역으로 떠오를 카스피해나 지중해 일대에 미군을 신속히 배치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재배치가 위기를 초래할 수도=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주둔 미군을 또다시 50%가량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3개 전투여단을 유럽과 한국에 순환 근무시키게 된다. 이 경우 연간 9억2000만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비상사태 발생시 미국이 긴급 투입할 수 있는 병력 규모는 한층 제한된다. 극단적으로는 모든 해외 미군을 미 본토로 불러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한국에 제2의 한국전 같은 위기가 발생할 경우 병력 배치에 장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위기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

◇해결방안=중장기적으로 한국과 독일 주둔 미군을 상시순환근무체제(CONUS)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해외에 적정 수준의 병력을 주둔시키는 한편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해외 군기지 건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문제는 순환근무체제가 적정한 미군 병력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미군의 이라크 점령이 장기화할 경우 순환근무제를 운영하기 힘들다.

최원기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20일자 17면 "미군 재배치, 돈만 들고 실익 적어" 기사 중 '상시순환근무체제(CONUS)'를 '미 본토(CONUS)에 주둔하는 미군을 상시로 순환근무하는 체제'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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