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 다섯번째 앨범 "사이클"발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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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승환(사진)은 가요계에서.왕고집'으로 통한다.
하지만 별로 나쁜 뜻은 아니다.음악에 관한한 욕심이 많고,좀처럼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때문에 그가 소속된 서울음반㈜과도 음반제작을 둘러싸고 마찰을빚을 때가 많다.하지만 번번이 이기는 쪽은 이승환이다.
대신 자기 의견이나 음악적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돈이나시간을 아끼지 않는 집념을 보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형스튜디오에서 녹음해 16일부터 발매되는다섯번째 음반.사이클'의 곳곳에서도 그런 면모가 엿보인다.
이를테면 14번째 트랙.가족'을 위해 동원된 합창단은 무려 5백49명.여기에 참여한 인원의 명단과 사진은 모두 음반 재킷에 들어가 있다.
첫곡.아이에서 어른으로'는 미국 어린이 합창단에 우리말을 가르쳐 부르게 한 부분이 삽입돼 있다.
또 아프리카 리듬이 들어간.사자왕'을 녹음할때 사용된 타악기는 10 트레일러를 가득 채우는 분량이어서 미국의 녹음스튜디오관계자들도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결국.천일동안'이후 1년6개월만에 발매하는 이번 음반은 그런이승환의 집념과 고집의 산물이다.
적어도 외형만으로 보면 대단한 역작임에 틀림없다.
알맹이는 어떤가.일단은 퍽 다양한 스타일이 눈에 띈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큰 규모의 발라드는 물론 펑키 비트의 댄스곡(미용실에서)과 헤비 메탈(흡혈귀),포크 록(세상 사는 건만만치 않다)에 이르기까지 노래의 진수성찬을 맛보는 느낌이다.
15곡중 11곡은 그가 작곡했거나 토이의 유희열과의 공동작품. 편곡에는 데이비드 캠벨과 킴 블러드등 해외의 유명 음악인들이 참여했다.
이승환의 또다른 별명은.라이브의 황태자'.
야생마처럼 무대를 마구 헤집으며 열정적으로 노래하지만 귀공자풍의 이미지를 잃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그는 다음달부터 19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벌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는“타고난 게으름 때문에 팬들이 만족할 만큼의 공연을 하지못했다”면서“이번에는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국내 가수의 공연사상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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