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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일본과의 무역적자 왜 계속 느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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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런데 유독 일본과의 무역에서 적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일 무역적자는 29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대로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건 일본에서의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일본에 대한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있죠. 왜 유독 일본은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어날까요.


◆부품소재 수입이 대일 무역적자 주범=우리나라는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수립한 이후 줄곧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쌓인 적자가 무려 3111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2001년부터는 매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죠. 대일 무역적자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물건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대일 수입은 200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철강판, 반도체 제조용 장비, 플라스틱 제품, 광학기기 같은 것이 일본에서 수입을 많이 하는 품목으로 꼽힙니다. 이른바 ‘중간재’라고 부르는 제품들이죠. 원자재와 완제품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제품으로 주로 부품소재나 기계산업이 해당됩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것 중 70% 이상이 이런 중간재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일본 부품소재, 기계류의 수입이 많은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의 부품소재산업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뛰어나기 때문이죠.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용 웨이퍼, LCD 컬러필터 등 핵심 부품소재에 대해 원천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런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 와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LCD 모니터나 반도체·자동차·선박을 생산하지만 정작 핵심 부품은 국산이 아닌 일본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죠.

중간재는 우리나라 산업이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제품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규모가 커지고 수출을 많이 할수록 이런 제품의 수입은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최근 엔화 환율이 1년 만에 60% 이상 뛰어 100엔당 1300원이 넘고 있습니다. 환율이 높으면 수입 단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보통 수입이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중간재는 비싸다고 사지 않을 수 없는 제품입니다. 이걸 들여와서 물건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 때문에 대일 수입금액은 환율이 오르면 더 늘어나죠.

중간재 수입은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까요. 일본 기업 못지않은 기술 수준을 갖춘 부품소재 기업이 국내에 많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하우도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10~20년 이상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유망한 부품소재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합니다.

중간재가 대일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최근엔 일본 소비재 수입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길거리에서 ‘혼다’나 ‘렉서스’같은 브랜드의 자동차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마 여러분의 필통에 있는 볼펜과 샤프 중 상당수는 일본 제품일 겁니다. 자동차·문구류·식품 등 일본 소비재의 수입은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일본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중간재는 물론 소비재까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대일 수입액은 매년 15% 정도 늘고 있습니다.

◆수출은 중국과 일본 사이 샌드위치=앞에서 말했듯이 대일 수입의 70% 이상이 자본재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입을 줄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수출을 늘리면 무역수지가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일 수출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대일 수출이 늘지 않는 건 중국산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섬유·농수산물·의류·화강암 등에서 대일 수출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품목은 모두 중국산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산과는 차별화되는 고품질의 제품을 수출해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같은 품질과 디자인이면 수입 제품보다 일본산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 가리켜 ‘재팬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는군요.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잘 팔리는 국산 가전제품이나 휴대전화가 일본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일본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 상품의 브랜드 가치가 일본 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중국산이나 일본산과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입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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