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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프랑스 인터넷 영어화 현상에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파리=고대훈 특파원]프랑스가 인터넷을 통한 영어화(英語化)현상에 부심하고 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며 자국어 보호에 유난을 떨어온 프랑스는 지금까지 인터넷 바람과 함께 밀려드는 영어의 침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의 웹사이트에 영어만 사용한 한 학교가 사상 처음으로 고발당하면서 인터넷에서의 프랑스어 보호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프랑스어 보호'와.프랑스어의 미래'라는 두 개의 프랑스어 보호단체는 최근 로렌지방에 있는 미국계 경영학교의 분교인 조지아 텍크를 프랑스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학교가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하면서 학비등 입학정보를 영어로만 안내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고발장에서“인터넷도 법적용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프랑스 웹사이트에 영어로 된 정보를 싣는 것은 프랑스 국민이 프랑스에서 영어를 써야한다는 기분을 느끼게하는 비정상적 행위”라고 주장했다.따라서 형사적 처벌과 민사적 손해배상을 동시에 청구했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인터넷은 전통적인 시청각 망(網)과 다른성질의 국제적 통신망”이라며“이는 TV를 켜는 것과 달리 개인이 공급자와 자의적으로 맺은 계약적 관계”고 반박하고 있다.
프랑스의 인터넷 가입자는 30만명에 그치고 있다.인터넷에 관한한 미국은 물론 2백50만명의 독일등 서유럽 국가중에서도 크게 낙후된 수준이다.
프랑스는 전세계 공용어가 되다시피한.컴퓨터'를.오르디나테르'라는 독특한 명칭으로 대체할 정도로 거의 모든 영어를 일일이 번역해 프랑스어로 표현하고 있다.
또 프랑스판 인터넷이라고 불리며 1천1백만가구에 단말기가 비치된.미니텔'이 있어 프랑스어만으로도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인터넷은 미니텔에서 찾을 수 없는 요긴한 서비스는 영어가 대부분이며 프랑스어 서비스는 언론매체등 일부에 한정돼 있어효용성이 떨어져 기피하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차츰 인터넷 물결이 점점 더 거세지면서.PC'.RAM'.Web'등 대부분의 컴퓨터와 인터넷 용어는 영어를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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