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놀고먹는 공무원 공로연수 폐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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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방에서 놀고먹는 공무원 공로연수제의 폐해가 심각하다. 정년을 6개월에서 1년 남겨 두고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공무원은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1900여 명이었고, 올해는 1600명 선이다. 문제는 일하지 않는 이들에게 봉급과 해외여행비를 대주느라 한 해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이 새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 지역의 경우 올해 공로연수 공무원 104명이 쉬면서 받은 인건비가 39억원 정도다.

공무원 공로연수의 행태를 보면 국가 예산과 인력을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지 한심스럽다. 공로연수제는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사회 적응 훈련 기회를 제공하자는 명분으로 1993년 도입됐다. 출근을 면제해 주고 통상 급여의 70~80%(수당 제외)를 지급한다. 그러나 자격증 취득 등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 제공 없이 연수를 개인 자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대상자 대부분이 등산·골프 등 운동으로 소일하거나 친구를 만나며 시간을 보낸다. 오죽하면 “하루 세 끼를 다 집에서 먹고 보내느라 심심해 죽을 지경”이라는 공로연수 공무원의 어처구니없는 말이 나오겠는가. 공로연수제의 취지와 명분은 온데간데없다.

사실상 퇴직 상태인 공무원을 위해 세금을 허투루 쓰는 이런 공로연수제는 당장 폐지돼야 마땅하다. 30~40년간 공직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예우를 당연시하는 풍토는 더 이상 안 된다. 가뜩이나 국가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 아닌가. 곧 몰아닥칠 감원과 임금 삭감의 찬바람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언제까지 공무원만 이런 혜택을 누려야 하는가.

공로연수제를 없애고, 희망하는 공무원은 정년을 맞는 날까지 명예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대신 이들의 사회 진출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별로 자체 직업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정년을 앞두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공무원은 스스로 물러날 수 있게 명예퇴직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