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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정책으로 빛 본 노원구

중앙일보

입력

디자인이 대세다. 너나 할 것 없이 디자인을 외친다. 디자인 정책은 이제 각 자치도시의 근
간이 되고 있다. ‘획일’로 대변되던 자치구의 디자인 정책이 창의성의 옷을 입으면서 점차 민간 분야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노원구의 디자인 정책이 대표적인 케이스.

도시 전체를 디자인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련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디자인 분야지만 철저하게 창의성에 바탕을 둔 디자인 개념이 아니면 이마저도 획일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 가운데 노원구(구청장 이노근)가 추진하는 각종 디자인 정책이 그 창의성을 인정받으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디자인코리아 국회포럼과 공공디자인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3일에는 태릉현대아파트 ‘주동 형식의 다양화’ 방식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아파트 표
준모델로 선정되며 저력을 과시했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하면서 디자인 정책에서 일찌감치 앞서간 결과다. 이수걸(56) 도시디자인과장은 “이제 도시가 회색인 시대는 지났다”며 “빌바오 효과는 이제 우리의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조용한 시골도시가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변모한 스페인의 빌바오 시를 빗댄 말. 노원구의 디자인 정책도 이에 못지않게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경제이익을 가져다 주면서 주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2006년에 입주한 월계동 롯데캐슬이 그 대
표적인 예. 노원구 측에서 롯데건설에 제안한 디자인 변경제안이 받아들여져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던 것. 당초 노원구에서 제안한 디자인 변경안은 건설사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공정이 이미 95%가량 진행된 후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공사비용 상승은 분양가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반발이 불보듯 했다.

그러나 디자인 변경을 통한 가치 상승에 뜻을 같이한 노원구와 롯데건설 측의 부단한 설득으로 19개 항목의 디자인이 변경됐다. 아파트 이름이 ‘낙천대’에서 ‘롯데캐슬’로 바뀌게 된 사연도 여기에 있다. 이후 112.4㎡(34평) 기준으로 500만원의 분양가 상승이 있었지만 입주 후 그 10배인 5000만원의 가격이 상승되면서 입주민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또 지난달 8일 개장식을 거친 ‘노원 문화의 거리’도 대표적인 디자인 개선 사업. 2년여의 공사 끝에 이번에 개장한 노원 문화의 거리는 상권을 되살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지역에서 4년 동안 의류점을 운영 중인 박영근(45)씨는 “노원 문화의 거리가 노원 지역 젊은 문화의 메카로 자리 잡는 것 같아 흐뭇하다”며 “차 없는 거리로 재탄생되는 주말에는 특히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 매출상승에도 좋은 효과를 주고 있다”며 반겼다.
 
이런 시민들의 반응에 힘입어 7호선 수락산역을 중심으로 제2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엔 특히 이 지역과 밀접하게 관련된 천상병 시인을 주제로 ‘천상병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실 노원·도봉구는 다소 낙후된 지역으로 알고 있었는데 요즘 공원도 많이 생기고 전체적으로 도시가 예뻐지는 것 같다.”이미지 변신 중인 노원구에 이사온 지 1년됐다는 안은경(39) 씨는 아파트 근처에 재조성되고 있는 공원이 무척 반갑다.

평소에 특별히 아이들과 갈 곳이 없었던 안씨에게 갤러리파크는 안식처나 다름없다. 딸 권수빈양, 아들 기범군과 자주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안씨는 “공원이 다 조성되고 나면 집값이 높아진다고 주변에서 좋아하더라”며 “디자인이란 결국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게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냐”고 디자인을 정의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_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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