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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지구촌쟁점>끝.아프리카의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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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은 대륙'아프리카의 97년은 여전히 암울할 것같다.
아프리카의 상징처럼 돼있는 정정(政情)불안과 경제정책 부재는또다시 내전과 난민,기아와 질병,바닥을 긁는 생산성,천정부지의인플레를 재현해낼 것이다.
.태풍의 눈'은 역시 자이르다.자이르 내전은 이를 둘러싼 중부아프리카 9개국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내전 초기부터 파죽지세로 밀어붙여 자이르 동부 국경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투치족 반군은 올해도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같다.
이웃 르완다의 투치족 정권도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리 없다.르완다와 부룬디의 투치족 정권에 대항하는 후투족 게릴라의 배후에 자이르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되면 자이르와 르완다 두나라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그것은 지난 77~78년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간 전쟁 이후 아프리카 대륙의 첫 국가간 전면전이 될 것이다. 전쟁이 르완다쪽으로 유리하게 전개된다면 부룬디는 물론 중앙아프리카.수단.우간다.탄자니아.앙골라.잠비아.콩고등 주변국에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미묘한 세력균형 관계에 있는 주변국들로는 중부아프리카에 자이르 반군-르완다- 부룬디로이어지는 대투치족 국가의 건설을 두고볼 만큼 편한 처지가 아닌것이다. 다국간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94년 소말리아에서 낭패를 본 미국을 비롯,서방은 직접 개입을 꺼릴 것이다.혼란의 와중에서 수없는 난민이 전쟁의 공포와 기아.질병 속에서 죽어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도 심상치 않다.94년 평화협상 이후아슬아슬하게 지켜지던 군벌들간의 휴전협정이 곳곳에서 금이 가고있다.수십만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던 내전이 본격 재연될 조짐마저보이고 있다.
2대 군벌인 소말리아민족동맹(SNA)과.12세력연합'은 지난해만해도 10여차례나 전투를 재개,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한쪽의 공격과 다른쪽의 보복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소말리아의 내전 양상은 끝이 어딘지 모른다.지난해 8월 양대 파벌간에 또한번 휴전협정이 이뤄졌지만 이것이 지켜지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팽창주의를 견지하고 있는 서부아프리카 수단의 이슬람 군사정권도 이 지역의 탄약고다.수단정부는 신생독립국 에리트리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있다.89년 군사쿠데타로 실각한 사데크 알마디 전총리가 에리트리아로 망명,거점을 마련하고 수 단내 반군세력을 지원하며 와신상담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수단의 강경노선은 가까스로 민주주의의 싹을 발아시키고 있는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군사정권을 등장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서부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도 정부군과 반군간의 휴전협정으로 골깊은 내전의 상흔을 치유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살얼음 같은 평화인 상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같은 불안한 정정은 필연적으로 농업생산성저하와 경제파탄을 초래하며 이는 곧 기아와 질병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모습은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같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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