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신대 위로금 일방 지급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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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이 군대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명에게 보상금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 총리의 서한을 극비리에 전달한 그 반인륜성과 .야비함'은 국민적 반감을 부채질하고 있다.일본의 여성을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측 보상금 전달과 관련, 일본정부는 기금측과의 사전협의를 부인하고 있어 그.뻔뻔스러움'이 불쾌감을 더하게 한다.
벳푸(別府)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저질러 졌다는점도 마찬가지다.한국사회가 파업사태등으로 소란한 틈새를 노려 충격과 반발을 희석시키려 한 측면도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측은 국내 정신대 대책협의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대다수의 피해자들이.위로금'수령을 거부하자 교묘한 수법으로 극비리에돈을 전달했다.경제적 어려움으로 기금수령의 유혹을 받아온 일부피해자 할머니들의 약점을 활용한 것이다..각개 격파'로 위로금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여성기금측은 지난해 8월부터 군대위안부들에게 1인당 2백만엔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한국은 물론 필리핀.대만등 아시아지역의 피해자 3백여명을 대상으로 집요한.설득작업'을벌였다.그 과정에서 우리측 피해자중 한명인 朴복 순(75)씨는기금측의 일시금을 받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 일부가 넘어간 것이다.
일본정부는“기금전달을 막기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민간차원의 일이라 불가항력이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기금측과 치밀한 각본아래 움직인 징후가 여러곳에서 엿보이고 있다.미국정부가 지난 연말 위안부 관련 전범혐의자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본정부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키로 하고.안면몰수'의 강공을 구사한게 분명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측 처사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당국은“결코 일본측에 유리하지 않을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적 대응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2백여명 안팎으로 파악되는 우리 피해자들 가운데 20여명은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기금측의 일시금 수령 제의에 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가 피해자 할머니 들에게 지급하던 월 25만원의 생활보조금을 올해부터 50만원으로 인상했지만기댈곳 없는 할머니들 일부는 당장 얼마간의 돈이 아쉬운 것이다. 아무튼 이번 일시금 지급은 위안부 동원등 전쟁 범죄에 대한일본의 국가 책임과 보상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행했는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들의 범국가적 과거범죄를 다시한번 확인시켰다는 외에는 성과가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는 지 적이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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