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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에둘러 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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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둘레산길 지도


보문산․만인산․금수봉 등 대전 지역의 주요 산과 봉우리, 대전천․유등천․갑천 등 3대 하천을 연결한 대전 둘레산길은 그 길이만도 133km에 달한다. 그렇다고 그 길이에 식겁할 필요는 없다. 등반이 아닌 뚜벅이 산행을 권하는 대전둘레산길은 누구나 쉽게 숲길을 나누어 걸을 수 있도록 각 구간을 10km내외씩, 총 12구간에 걸쳐 코스를 개발하였다.
능선이 높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 길이 열려있다는 대전둘레산길. 대전탐험가이자 대전둘레산길의 지킴이 안여종 씨에게 그 12구간의 안내산행을 부탁했다. 일주일에 한 구간씩 또는 한 달에 한 구간씩이라도 그의 지표를 따라 ‘뚜벅이 산행’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1구간 : 아! 대전이여.

*거리 : 9.3km / 6시간 소요
*코스 : 청년광장 - 고촉사 - 보문산 시루봉 - 헬기장 - 보문사지 갈림길 - 구완터널 상부 - 오도산 - 철탑 - 금동고개
*출발점> 청년광장 - 버스 : 813, 740, 115 한밭도서관 하차 / 도서관에서 10여분 거리

대전에 있는 산 중에서 대전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은 어떤 산일까? 2007년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문산이 가장 보전하고 가꾸어야 할 자연유산 1위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보문산은 대전 시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왔고, 시민들 가슴속에 다양한 추억 또한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보문산 녹음’은 대전팔경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보물이 묻혀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 동춘당 송준길 선생은 그의 문집에서 보문산을 봉무산(鳳舞山)으로 불렀는데 이는 봉황이 춤을 추고 있는 산이란 뜻이다.

오도산 정상에서 바라본 광명농장

보문산에서 금동고개까지 이어지는 1구간 코스는 처음에 시루봉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가파른 길이 청년광장부터 계속 이어지기에 고촉사에서 한번쯤 쉬며 목을 축이거나 숨을 고르는 것이 좋다. 시루봉 정상에 올라서는 당연히 주변을 조망해야 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계룡산, 대둔산, 서대산, 속리산 등이 보이며, 시루봉 정상에 세워져 있는 보문정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산줄기가 겹겹이 멋지게 펼쳐져 있고, 북쪽을 바라보면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헬기장을 거쳐 오도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산길이 매우 가늘고 호젓하다. 이어지는 살길을 가다 오도산에 오르기에 숨이 차지만 역시 오도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의 조망이 아주 좋다. 가까이 손에 잡힐 듯 식장산이 동편에 보이고, 동구 이사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오도산부터 금동고개까지는 지루하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이 아주 친근하며, 금동고개에 다다르면 고갯길 옆 큰 소나무 3그루가 1구간 완주를 환하게 반기고 있다. 이곳에서 시내로 나가기엔 버스 편이 많지 않아 버스가 근방 지나가기라도 했다면 일행과 한참을 이야기 나누며 기다려야 한다.
주변에 대전향토사료관과 보문산성, 보문산마애여래좌상, 봉소루, 보문사지, 월송재 등의 문화재가 있다.

2구간 : 만 길이나 높고 깊은 만인산

*거리 : 13.1km / 7.5시간 소요
*코스 : 금동고개 - 돌탑봉 - 떡갈봉 - 삼각점봉 - 용궁사 갈림길 - 대전시계 - 먹치 - 만인산 정상 - 태조 태실 - 만인산 휴게소
*출발점> 금동고개 - 버스 : 30, 31 금동고개 하차 / 대전역, 서부터미널 출발

만인산은 태봉산이라고도 부른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태실이 있기 때문이다. 만인산은 동구의 남쪽 끝에 있기에 대전 시민들이 마을 뒷산처럼 쉽게 찾지는 못하지만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또한 대전의 3대 하천 중 대전천의 발원지가 바로 만인산 봉수레미골이다. 만인산 휴양림은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산길을 걷기에 참 좋은 곳이다. 길이 부드럽고 낙엽송이 주변에 잘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만인산 태실 외줄건너기

2구간은 출발부터가 쉽지 않은 곳이다. 12개 구간 중 대중교통편이 가장 불편한 지점으로 미리 버스 편을 확인하여야 한다. 출발지점인 금동고개에서 떡갈봉까지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져 결코 쉽지 않은 구간이다. 전체적으로 길이 분명하지 않은 곳도 있고,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구간이라 주위 깊게 산길을 살펴야 한다. 산길의 대부분이 동구와 중구의 구계와 대전 시계에 주로 등산로가 형성되어 있다. 만인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의 조망이 좋고 특히 서쪽 능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남동쪽으로 서대산과 정기봉이 보이고 멀리 보문산, 식장산, 천비산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태가 모셔져 있는 태실과 중구 어남동에 신채호 선생 생가지 시민들이 많이 찾는 만인산 푸른학습원, 만인산 휴양림, 만인산 휴게소가 있다.

3구간 : 역사의 숨결과 머들령의 시인 정훈

*거리 : 12.5km / 7.5시간 소요
*코스 : 만인산 푸른학습원 입구 - 태조 태실 - 정기봉 - 541봉 - 머들령(마달령) - 국사봉 - 닭재 - 삼괴동 덕산 마을 느티나무
*출발점> 만인산 푸른학습원 입구 - 버스 : 501, 509, 50 만인산 휴게소 하차

이름 없는 산성과 옛 고개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구간이다. 특히 머들령은 현재 고개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 옛날 많은 사람들이 봇짐을 지고 넘나들던 유명한 고개였다고 한다. 지금은 추부터널과 마달령터널이 대전과 금산을 연결하지만 예전엔 태봉재나 머들령을 넘어야 금산으로 갈 수 있었다. 또한 머들령은 정훈 시인의 시 ‘머들령’의 배경이기도 하다.

정훈 시인의 시 ‘머들령’ 시비


머들령

요강원을 지나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내리고
등짐장사 쉬어 넘고
도적이 목 지키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꾸 울던 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랑 갑사댕기
손에 감고 울었더니

흘러간 서른 해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3구간은 만인산 푸른학습원 앞에서 출발한다. 특히 높낮이가 심한 구간으로 힘이 들지만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아주 좋다. 정기봉을 지나 식장산 방향으로 산길이 잘 나 있으며 머들령(마달령) 부근 산 정상부의 산성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보루를 확인할 수 있어, 이곳이 삼국시대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 동구청소년자연수련관과 상소동산림욕장이 있다.

사진, 자료=<대전둘레산길잇기> 제공

워크홀릭 담당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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