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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현실>국내油價 국제원유가와 따로 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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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휘발유값이 올라도 너무 오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지난 한햇동안 32% 이상 오른데 이어 해가 바뀌기가 무섭게 다시 1.4% 올라 ℓ당 8백27원이 됐다.게다가 유가자율화로 휘발유값은 지역마다,정유사별로 제각각이다.
국제원유값은 일부 내림세를 보이는데도 국내유가는 계속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국내유가와 국제원유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유가는 정부가 도입 원유가격과 환율등을감안,상한가를 고시하고 정유업체들은 그 범위 안에 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매겼다.올부터 이 상한가마저 없어져 가격은 그야말로업계 자율에 맡겨졌다.
같은 지역의 동일한 회사 제품이라 해도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르다.소비자는 단돈 10원이라도 싼 곳을 찾아 기름을 넣을 수있는 선택권이 생긴 셈이다.
우리 현실에서 가격자율화는 가격인상 러시를 불러오기 십상이다.휘발유값이 이처럼 크게 오르는데도 정유사는 물론 대리점과 주유소들도 별로 반기는 기색이 아니다.“가격이 올라봐야 정부에서세금으로 다 걷어가버려 정작 정유사는 별 재미를 못본다”고 볼멘소리다.휘발유값에 매겨지는 세금을 보자.

<그림 참조> 지난해 12월 기준 세전 공장도가격은 ℓ당 2백8원45전이다.여기에 특소세.교육세.부가세등 각종 세금이 5백50원18전이나 붙는다.다시 대리점과 주유소 유통마진 56원37전이 보태져 최종 소비자가격은 8백15원으로 결정된다.
이에따라 소비자는 휘발유 1ℓ를 사면서 소비자가격 8백15원의 67.5%를 세금으로 지불하는 셈이다.일본(56.2%).대만(55%)과 비교해도 세금이 너무 무겁다.
세금이 무거우니 휘발유가격은 자연 비싸진다.이웃 일본에서 휘발유는 지난해말 현재 ℓ당 1백1엔(약 7백30원)으로 우리보다 많이 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 휘발유가격 역시 7백40원 선이다.또 1인당 국민소득이 대부분 2만달러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휘발유가격은 소득수준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편에 속한다.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 나라에서 기름 소비를 줄이기 위해 고가격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따라서 국내유가는 국제원유값 동향과 상관없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도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데 우리 휘발유 소비의 특성이 있다.
지난해 매월 휘발유값이 오르면서 연간 30% 이상 올랐는데도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국내 기름수요에는 가격탄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휘발유의 경우 값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상관없이 수요는 꾸준하다.날로 늘어나는 자동차 때문이다.휘발유값을 올려도 기름값이 무서워 차를 세워놓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마이카시대에 휘발유는 어쩔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다.더구나 휘발유가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22.7이다.등유(10.
5).경유(1.5)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소비를줄인다고 휘발유값을 마냥 파격적으로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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