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떨어지는 지금이 인프라 구축 적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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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22면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와 유가 하락으로 녹색투자가 후퇴하리라는 시각이 있다. 석유값이 떨어지면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투자를 소홀히 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은 일시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상승한다. 에너지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10월 하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국제유가가 2008~2015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2030년까지는 200달러를 돌파하리라고 내다봤다. 녹색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 합리성을 갖게 된다. 유가가 떨어질 때야말로 미래와 녹색성장을 위한 투자 적기다.

경제위기 속 녹색 투자 해야 하나

녹색투자의 ‘고위험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미답지를 개척하는 일은 위험을 수반한다. 녹색투자는 단기적으로 투자 위험률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녹색투자에 관해서라면 정부가 나서서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고 위험을 분담하고자 한다. 녹색투자는 무엇보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 IEA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에너지 부문에서만 2050년까지 45조 달러의 투자가 일어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향후 10년간 녹색성장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여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녹색 투자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도 있다. 일부의 녹색전략 부재론과 그 맥을 같이한다. 선진국이 이미 멀리 앞서 있다는 현실론에 근거한다. 많이 들어본 지적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처음 생산할 때 그런 말이 많았다. 반도체 산업을 시작했을 땐 그 회사의 임원도 똑같은 말로 말렸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국,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경기침체는 일시적인 것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경제의 근간과 인류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각국 정부는 감세, 재정지출 확대, 금리 인하 등을 통해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때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분야의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등은 정부 투자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우리는 버는(earn) 것이 아니라 태우는(burn) 것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수년 이내에 근로소득세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나라들이 등장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수출길조차 막히게 된다. 어린이들은 저탄소 배출 감자칩을 먹게 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녹색투자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일례로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전통 제조업의 2~3배나 된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7~8배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

1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보자. 그때 우리는 정보기술(IT)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고용을 창출하고 IMF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정보화시대의 만개라는 문명사적 대변혁에 응전한 결과였다. 지금은 기후·환경·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 세대의 먹거리까지 챙겨 두어야 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대다. 녹색성장은 IT혁명보다 더욱 깊고 크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녹색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세계적 IT와 제조업 기반, 그리고 새로운 흐름에 대한 우리 국민의 높은 수용성과 열정이 있다. 특히 우리의 경제·산업적 기반은 녹색성장과 어울린다. 태양광발전은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한다. 육상·해상 풍력발전은 기계·조선산업을 토대로 한다. 녹색자동차 개발은 자동차 및 전지 산업을 바탕으로 한다. 고효율 발전소는 건설능력과 청정발전 기술을 결합하여야 한다.

‘녹색기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하에 최선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50년 에너지 독립국 실현과 같은 중장기 에너지 자립,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관련 정책 방향을 확실히 제시하고 이를 강력히 실천할 추진 체계도 조만간 출범시킨다. 민간의 주도적이고 능동적 참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녹색기술을 신성장동력과 전략산업으로 삼아 관련 부품·소재·장비산업을 육성하고 기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수출산업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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