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존 그레이엄 플레시먼 힐러드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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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존 그레이엄 회장이 회사의 10대 가치를 형상화한 '핵심가치의 벽(value wall)'앞에 서있다.

한가지 질문에 기자가 원하는 답변을 두세가지씩 내놓을 때는 왜 그가 'PR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플레시먼 힐러드 아시아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홍콩을 찾은 그레이엄 회장을 현지에서 인터뷰했다.

-이번에 아시아 지역에서 콘퍼런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아시아 지사들은 전 세계 지사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홍보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경영 전반에 관한 것이다. 아시아 국가의 기업들이 이 같은 전문적인 컨설팅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필두로 일본.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우리 회사의 한국 사무소는 지난해 20%의 매출 성장을 이뤘고 올해 30%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 중 헬스케어.첨단기술 업종 고객사가 많이 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홍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1980년대에는 광고가 제품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수천만명의 소비자에게 똑같은 TV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요즘 소비자들은 TV보다 인터넷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 기업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광고만으로는 그것을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고객사들이 명성(reputation)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대한 신뢰를 주는 방법으로 기업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법을 알려준다. 우리의 전략은 각종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신뢰를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은 항상 사실을 말해야 하고 정직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나는 기업 관계자들과 얘기할 때마다 잘못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소비자들과 대화하라고 조언한다. 메시지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CEO들이 업무시간의 10%만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했다면 지금의 CEO들은 업무의 60%를 커뮤니케이션에 투입하고 있다. 이는 조직 내부뿐 아니라 주주 및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포함한 것이다."

-당신은 조직 내에서 직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가.

"직원들을 직접 만나(face to face) 개인적인(in person) 접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콘퍼런스와 같이 전세계 직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는 가능한 한 모든 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관심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또 조직 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원들에게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플레시먼 힐러드는 정부 관련 홍보업무에 강점이 있다는데.

"과거의 정부 부처들은 위기 관리 능력이 부족했다. 과거에는 식품 회수(food recall) 등과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정부 부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사례를 통해 시민들과 언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정부가 사태수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충고한다. 한국에서 최근 정부 관련 프로젝트를 맡았다. 일본 정당의 홍보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30년 동안 CEO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매출 규모 100만달러의 회사를 세계 각국에서 2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고의 홍보회사로 키워낸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다. 또 유능한 직원들을 고용해 그들과 함께 일을 한 것도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는 88년 라스베이거스의 MGM 호텔의 대형 화재사건 직후 이 호텔이 안전한 새 호텔을 짓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사건 수습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홍보를 담당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가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해변을 찾아 스쿠버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 휴가 때는 바하마와 멕시코 연안에 가곤 한다. 낚시도 즐긴다. 골프는 하긴 하지만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웃음). 아시아 국가 중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홍콩=홍주연 기자

*** 존 그레이엄 회장은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존 그레이엄 회장은 미주리 대학을 졸업한 뒤 카드회사인 홀마크에서 카드 문구 쓰는 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그때부터 광고나 PR 관련 일에 대해 동경을 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뒤 YMCA에서 4년 동안 PR 담당으로 일하다 플레시먼 힐러드의 입사 제의를 받게 된다.

그는 창업주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일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힐러드는 대단한 작문 실력의 소유자였고,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플레시먼은 크고 넓은 안목을 지닌 대단한 세일즈맨"이라며 두 창업자를 칭찬했다. 두 창업주의 지도 아래 그레이엄 회장은 위기관리 능력을 배웠다. 그는 이때 배운 기법들을 40여년 동안 홍보업계에 몸담으면서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입사 8년 만인 1974년 CEO로 선임됐다.

그는 플레시먼 힐러드의 성공에 기업문화가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그레이엄 회장은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기업문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전세계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e-메일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비전이나 언론 기고문, 비즈니스 현장에서 맞닥뜨린 느낌 같은 것을 직원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e-메일에서는 회사를 항상 '당신의 회사(your company)'라고 표현한다. 직원들의 소속감과 서비스 정신 없이는 오늘날의 플레시먼 힐러드가 없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승진했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직접 사인한 카드를 보내기도 한다.

올해 초 CEO 취임 30주년을 맞은 그레이엄 회장은 전세계 직원들이 보낸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는 전직원에게 '회사의 10대 가치'를 새긴 문진을 선물했다. 임직원들은 "그레이엄 회장이 외부에서는 PR 업계의 거물일지 몰라도 직원들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다"고 말하고 있다.

*** 플레시먼 힐러드는

플레시먼 힐러드의 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순회법원 서기로 일하던 앨 플레시먼은 세인트루이스 타임스 신문의 법원 출입기자 밥 힐러드를 알게 됐다. 공군에서 최고 정보책임자로 복무를 마친 플레시먼은 PR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뒤 힐러드를 설득했다.

1946년 앨 플레시먼과 밥 힐러드는 세인트루이스 울워스 지역의 잡화점 가게 건물 방 3개를 빌리고 수동식 타자기를 구입한 뒤 PR 회사의 사업을 구상했다. 이것이 2001년 3억4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적 홍보대행사 플레시먼 힐러드의 첫 출발이다. 그들은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성실, 그리고 열성을 바친다는 기업 가치를 세웠다. 그들의 첫 고객인 유니온 일렉트릭(현 AmerenUE)은 50여년 동안 지금까지도 플레시먼 힐러드의 고객 회사다.

그들은 66년 존 그레이엄이라는 젊은 AE(고객을 위해 PR 활동을 전개하는 실무자)를 고용했다. 그는 세인트루이스 지역에서만 머무르던 이 회사를 세계적 회사로 성장시킬 핵심 가치를 제시했다. 그레이엄 회장이 제시한 '10대 가치'인 개인 존중, 팀워크, 최상의 서비스, 신규 비즈니스 창출, 고객을 위한 성과 창출, 기존 고객 우선주의, 개인의 헌신, 기업가 정신, 개인의 성공, 최고의 윤리기준은 전세계 지사에서 30년이 넘도록 공유되고 있다.

플레시먼 힐러드는 정부 분야 홍보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토방위청 등 정부 부처 홍보뿐 아니라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부 관계자의 홍보 컨설팅 및 언론 접촉 대행도 맡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94년 중국 베이징에 첫 지사가 개설됐다. 플레시먼 힐러드 코리아는 2001년 설립됐으며 AMD.한국바이엘.한국MSD.펩시콜라.한국인삼공사.한국가스공사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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