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활성화하려면 대학 의사결정 빨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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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B형 간염 백신, 양수 검사, 세계에서 가장 작은 컬러TV, 휴대전화와 카메라에 쓰이는 초고밀도 집적회로 등. 모두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태동한 것들이다. 425년 전통의 이 대학에서 이룬 다양한 과학적 성과가 상업화하는 데는 1984년 영국 최초로 세워진 기술이전센터(한국 대학의 산학협력단에 해당)의 역할이 컸다. 특허와 회사 설립 등을 돕는 조직이다.

이 기술이전센터에서 20년간 근무한 데렉 워델(48·사진) 소장이 한국에 왔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 초청으로 최근 열렸던 ‘2008 산학협력 EXPO’에 참석했다.

워델 소장은 “나는 교수가 아닌 경영인 출신”이라고 말했다. 통신회사 마르코니의 계열사에서 기술 상용화 담당 간부로 일하다 88년 옮겼다. 한국에선 교수가 아닌 사람이 대학 산학협력단장에 임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가 부임한 뒤 에든버러대 기술이전센터는 급변했다. 6명에 불과하던 직원이 현재 75명이다. 워델은 “주로 경영 능력과 협상 기술을 함께 갖춘 석·박사를 뽑았다”라고 소개했다. 조직도 기술평가팀과 상용화팀·특허등록팀·자문위원단 등으로 세분했다.

덕분에 지난 5년간 기술 개발 580건, 특허 323건, 라이선스(사용권) 계약 200건의 실적을 올렸다. 워델은 산학협력 활성화 요건으로 “유연성과 의지”를 제시했다. “대학은 의사 결정에 너무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산학협력기관이 기업처럼 유연하게 대처하고, 상용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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