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 인수 10여곳서 '저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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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법정관리 중인 우방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우방 본사 사무실에서 매각 업무 담당 직원들이 업무를 협의하고 있다.[대구=조문규 기자]

대구의 대표적인 주택건설 업체인 ㈜우방이 새 주인을 찾는다. 우방과 이 업체의 매각 주간사인 서울의 영화회계법인은 대구지법 파산부의 허가를 받아 지난 14일 공개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우방의 건설 부문과 대구 두류동의 놀이 시설인 우방타워랜드다. 영화회계법인은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인수 희망업체를 모집한다. 7월 말까지 우선 협상 대상자를 정하고, 그 기업의 인수 여력 등을 따져 9월 중순 본계약을 한다는 방침이다.

영화회계법인 측은 "우방을 청산할 경우 기업 가치는 3300억원 정도지만 기업을 계속 경영할 경우 가치는 4500억원에 이른다"며 4000억원 안팎에서 매각 대금이 결정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우방은 지난해 대구시 만촌동 우방만촌팔레스 아파트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데 이어 대구지하철 2호선 공사 등을 수주해 2947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당기 순이익은 160억원. 회사 측은 부채 총액(지난해 말 기준)은 3180억원이며, 부채 비율은 180%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이혁 기획사업담당 이사는 "법정관리 상태에서는 신규 사업이나 대규모 건설공사 수주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 경영 여건이 나아져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0여개 업체서 인수 희망"=우방 측은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인지도가 높은 데다 현금 보유액이 14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영화회계법인의 김영창 상무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접촉한 결과 국내외 10여개의 기업이 인수 의향을 밝혔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건설업계도 우방의 매각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구.보성 등에 이어 우방이 부도난 이후 아파트 건설과 대규모 토목공사를 서울에 본사를 둔 업체들에 빼앗겨 지역 업체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산업의 박종수 기획조정팀장은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들이 쓰러져 대형 건설사업을 수주할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힘들다"며 "우방이 새 주인을 찾으면 지역 건설업계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토목.금속구조물.창호업체 등 대구 지역 900여 전문 건설업체도 "우방이 경영정상화되면 일거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상공회의소의 임경호 조사부장은 "우방이 견실한 기업으로 거듭나면 대구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방의 흥망성쇠=우방은 1978년 4월 이순목(65) 전 회장이 창업했다. 그는 모기업인 ㈜우방주택을 기반으로 ㈜팔공조경.㈜우방개발.㈜우방리조트 등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을 일궜다. 91년에는 수도권 지하철공사(분당 17공구)를 수주한 데 이어 경기도 일산과 분당의 신도시 아파트 건설사업에 참여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97년 말 외환위기로 자금난을 겪다 98년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됐다. 그 이후에도 경영난이 풀리지 않아 2000년 8월 결국 부도처리됐고 2002년 1월부터 법정관리 업체가 됐다. 李전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은행에서 2600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구속됐다가 한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고,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대구=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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