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초등생 시험 정답률 95%로 올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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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초등학교 1, 2학년의 평균 학력고사 정답률을 95%로 끌어올리겠다.” “중3 학생의 60%가 영어검정시험 3급에 합격하도록 하겠다.”

일본 공립 초·중학교들이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겠다며 ‘학력향상 매니페스토’를 선언하고 나섰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과거 지나치게 인성 교육에 치우친 결과 학생들의 학력이 너무 떨어졌다는 반성과 함께 붕괴 위기에 처한 공교육을 되살려보겠다는 자구책이다.

올해 ‘학력 향상 매니페스토’를 도입한 도쿄도 아라카와(荒川)구의 관내 33개 구립 초·중학교는 홈페이지에 그 내용을 공개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은 400자, 5학년생은 1200자 정도의 작문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전체 학생의 30% 이상을 한자·수학 경시대회 상위 입상자로 채운다(중학교)” 등 내용도 구체적이다. 하케타(峽田) 초등학교는 산수 과목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덧셈과 뺄셈(1학년) ▶곱셈(2년) ▶소수의 곱셈과 나눗셈(5학년) 등 학년마다 100%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한 명도 낙오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각 학교들은 연말에 교육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학교평가위원회와 보호자들의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인과 과제를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목표달성률이 낮다고 구의 교육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이 스스로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시험 등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압박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의 지나친 목표 설정이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하고 자칫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학력 향상 효과가 높아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움직임은 2003년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도립 고등학교에 학교경영계획을 의무화하면서 시작됐다. 고교들은 “매년 도쿄대 합격자 20명 이상 배출” “와세다(早稻田)·게이오(慶應)·조치(上智)대 합격자 100명 이상”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고교 평준화로 명성을 잃은 히비야(日比谷)고교 등 명문 공립 고등학교들이 앞장섰고, 전국의 초·중학교로 확산됐다. 후쿠오카(福岡)현 야메(八女)시는 2004년 초·중학교에 학년 말 학력고사의 공통목표를 설정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생의 공통목표를 100점 만점에 평균 75점, 65점으로 결정했다. 결과는 이를 훨씬 웃도는 84.3점, 72.8점이었다.

이와테(岩手)현의 경우 초등학교 교육목표에 한자와 일기 쓰기 외에 ‘줄넘기 30회 이상 뛰기’ 같은 개성 넘치는 내용도 추가했다.

일본은 1980년대 학교를 서열화한다는 지적 때문에 도쿄도를 비롯해 야마나시(山梨)·아이치(愛知)·나가사키(長崎) 등 14개 광역자치단체가 한국 평준화와 비슷한 고교 종합선발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공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고 우수한 학생들이 사립학교로 몰리자 하나 둘씩 학교선택제를 채택하게 됐다. 지금까지 종합선발제를 실시하는 지역은 교토(京都)부와 효고(兵庫)현 두 곳뿐이다. 그나마 효고현은 2010년에 학교선택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일 정부는 또 주요 과목의 수업시간을 늘리고 교원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 공교육 개혁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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