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공무원 눈물의 승진-위암말기 진단후 부이사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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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재정경제원 금정연(琴正淵.42)금융협력담당관은 요즘 기도원의종소리로 아침을 맞는다.
고대하던 부이사관 승진 소식을 28일 기도원에서 들었다.며칠전 다녀간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와 초등학생인 작은 녀석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琴과장은 지금 전혀 원치 않는 .휴가중'이다.이달 중순부터 대구 부근 기도원에서 부인과 함께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주변에선 그가 바로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일궈낸 실무 주역임을 잘 모른다.
OECD 가입 협상을 위해 지난해에는 6개월 이상을 해외출장으로 보냈던 琴과장.출장 도중에도 이따끔 배가 아팠지만 그저 단순한 복통으로만 여겼다.OECD 가입초청이 최종 결정되자 11월중순,그는 드디어 차일피일 미뤄왔던 병원을 찾 았다..위암말기'. 뒤늦게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수술도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병원을 찾은 한승수(韓昇洙)부총리도 눈시울을 적셨다.
2년 이상 진행된 상태라는데,1년전에만 발견했어도….지난해 이맘때 하도 속이 거북해 마음먹고 종합진찰 날짜까지 받았다가 급작스런 OECD출장 명령 때문에 취소했었다.그때 발견하기만 했어도 수술은 해볼 수 있는건데.과천관료들이 하나 같이 안타까워 하는 것은 琴과장이 사무관 시절부터 소문난.일꾼'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책상에는 오늘도 주인없는 승진 축하 전보와 난초화분,연하장이 쌓이고 있다 가뜩이나 우울한 세밑인데 과천 관가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지난 10월에도 국정감사 도중 통상산업부와 해양수산부 직원 2명이 과로로 쓰러져 숨졌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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