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풍속>영국 26일 복싱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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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런던 근교 서턴의 우편배달부 토니 캘러헌은 매년 12월26일만 되면 직업에 대한 보람을 한껏 느낀다.
.복싱데이(Boxing Day)'인 이날 주민들로부터 정성어린 선물을 받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평소처럼 동네를 돌다 보면 각 집의 현관 앞에는 와인 1병,양말 1켤레등이 감사카드와 함께 놓여있는게 대부분이다. 이처럼 영국에선 복싱데이를 통해 집배원.우유배달부.신문배달소년등 주위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하는 전통이 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복싱데이는 다른 서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영국 특유의 기념일.원래는 기독교 성인(聖人)인 세인트 스테펜을 기념하는 축일이었으나 1871년부터 복싱데이로 공식 지정돼공휴일로 내려오고 있다.
이날 모든 관공서는 물론 은행까지 철시,대부분의 영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3일간의 연휴를 즐긴다.
이날이 복싱데이로 불리게 된데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한국등 동양권과 달리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24일 아닌 25일 주고받는다.따라서 26일이 되면 전날 받은 성탄선물상자,즉 박스를 풀어본다 해서 복싱데이로 부른다는게 첫번째 설이다. 두번째로는 중세때 귀족등 부유층들이 하인과 거래상인들에게 하사품을 상자에 담아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여기서 유래했다는해석도 있다.
어쨌든 영국에선 잊기 쉬운 주위사람들에게 자그마한 크리스마스선물을 주는 미풍이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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