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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맥빠진 폐장證市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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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연.기금까지 동원해 떠받치려던 주가가 올해 증시 마지막날 현정부 출범때보다 낮은 기록을 작성하고 마감됐다.폐장때면으레 종사자들이 거래종이를 날리면서 1년의 주식농사를 자축했는데 올해는 침통한 분위기다.무리도 아닌 것이 주 가가 연중 약세를 보인데 따르는 부작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금융기관과 증권회사의 주식투자 평가손(損)이 수조원을 넘고 일반투자자도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보았고 무엇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이어져 아까운 인명손실을 보았다.주식시장이 위축됨에 따라기업의 직접금융기회가 막히자 은행여신에 대한 수 요가 늘어나 금리상승을 가져왔다.고비용구조를 고치는데 가장 큰 요소중 하나인 금리를 내리지 못하게 돼 경쟁력향상도 결국 구호에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
왜 이렇게 우리 증시는 3년전 수준으로 후퇴하게 됐는가.무엇보다 정부의 무분별한 냉.온탕식 정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특히 반도체.철강 등 주력수출품이 교역조건의 악화로 경제전체에 엄청난 쇼크를 주는 것을 알면서도 증시의 수급 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문제였다.가장 대표적인 악재가 한국통신주식의 추가매각결정이었다.구조적 요인으로 경기가 악화된 것 때문에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만약 실물경기가 증시에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면 수요 가 뒷받침할 수 없는 공급물량확대는 신중해야 했는데 시장에 정반대의 시그널을 주었다.
올해는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금융및자본시장의 본격적인 개방을 시작한 해였다.외국자본의 영향이 커질수록 구조적으로 취약한 한국증시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증시의 자생 력은 결국 민간자율에 의해서만 이뤄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확인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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