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바지에 부츠.패딩코트 실속파 시장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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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히트상품이 유명 메이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재래시장은 유명 메이커들처럼 계절을 주기로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패션경향을 좇아가며 순발력있게 물건을 만들어내야 한다.그만큼 히트상품이 다양하고 감각적이다.
때로는 재래시장의 히트상품을 유명 메이커에서 그대로 본떠 만들어내기도 한다.올해 의류시장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꼽히는.쫄바지'가 대표적 사례다.
올해 재래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킨 히트상품들을 알아본다.
◇의류=동대문.남대문시장을 비롯한 의류도매시장은 전국의 시장패션을 주도하는 패션의 메카답게 히트상품을 가장 많이 쏟아냈다. 특히 여성용 목도리부문에서는 아크릴실로 짠 타월형의 누에고치 목도리(일명 개털목도리.5천~8천원)와 4각 보자기형의 한면에 3㎝가량의 오색실을 늘어뜨린 마이클 잭슨 목도리(1만5천원)가 올 겨울을 장식했다.
그러나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은 뭐니뭐니 해도.쫄바지'(1만6천~2만원).방한용 수준을 넘어 여름에도 당당히 신고 다닐 만큼 패션룩으로 자리잡게 된 부츠의 열풍을 타고 거리패션을 주도했다. 스타킹과 같은 스타일로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가장 적격이어서 신세대들의 구미와 맞아떨어진 것이다.남대문시장에서 숙녀복전문점 진선미를 운영하는 김남숙씨는“이번 겨울들어 여성용바지 매출액의 절반을 쫄바지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 했다.
쫄바지 열풍을 타고 정장바지도 히프와 허벅지 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팡탈롱 스타일이 히트해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패션이 올해 여성의류시장을 주름잡았다.
외투부문에서는 모직류 1벌 살 돈으로 2~3벌까지 구입,날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적격인 파카형 패딩코트(3만5천~5만원)가 단연 인기였다.거평프레야의 숙녀캐주얼매장 블랙엔블랙 조근철사장은“겨울에 접어들자마자 두달여만에 2 만벌이 나갔다”며“지방소매상들이 몰릴 때는 매장에 들여놓을 틈도 없이 지하창고에서 바로 거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잡화=밀리터리룩 패션과 황신혜.유동근이 일으킨 드라마.애인'의 열풍이 그대로 반영됐다.
밀리터리룩으로는 워커형 부츠가 단연 인기였다.남대문시장에서는신발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특히앞부분이 뾰족하면서 위로 약간 들려 올라간 걸리버형 부츠는 연말들어 인기가 급상승했다.
미국 동부의 대학생들이 즐겨 메고 다닌다는 이스트팩과 비슷한스타일의 어깨걸이 겸용 색과 배낭은 핸드백을 밀어내고 신세대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통가죽과 천을 소재로 뒤에 배지나 인형등 액세서리를 매달고 다니는 모습은 신세대의 상징처럼 올해 거리를 장식했다.드라마.애인'의 여주인공 황신혜가 히트시킨 백금 브로치와 헤어핀은 30,40대 미시족을 매료시킨 올해 최대의 히트상품.시장에서는.황신혜 브로치'.황신혜 헤어핀'이라는 닉네임으로 날개 돋친듯 팔렸다.

< 글=이기원.고세훈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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