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과천 官街는 次官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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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차관(次官)들에게 잘 보이자.' 12.24 차관급 인사이후과천 관가에 나도는 유행어다.인재가 몰려 있다는.행시 7회'출신들이 주요경제부처 판도를 꽉 잡게 됐으니 말이다.능력이나 경력면에서 자타가 인정해온 인물들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안살림 챙기던 경제부처 차관의 행동 반경도종래와는 사뭇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대통령선거를 앞둔 내년에는 장관이 각 부처 실무를 일일이 챙기기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차관의 책임과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리란 얘기다.
한승수(韓昇洙)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이 첫 간부회의 석상에서.앞으로 부내 인사는 차관이 알라서 하라'고 한 것도 앞으로의 변화를 시사한다.이번 인사로 개편된 차관진의 면모도 달라질 역할에 걸맞은.인물'들로 평가받고 있다.우선 관료사회 에서.가장 튄다'는 행시 7회 실력파들이 주요 경제부처 차관자리에 대거 입각했다.이번에 재경원 임창열(林昌烈)차관과 장승우(張丞玗)해양부차관이 합류함으로써 경제부처 7회 출신 차관은 조일호(趙壹鎬)농림부차관,이기호(李起浩) 보건복지 부차관등 4명이 됐다.
게다가 관세청도 7회가 장악했다.
역시 7회인 이석채(李錫采)경제수석(장관급)과 이영탁(李永鐸)교육부차관등을 합치면 7회 인맥은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돼있는셈이다.여기에 행시 8회 선두주자인 강만수(姜萬洙) 통산부차관이 합류했다.6회로는 강봉균(康奉均)정보통신부장 관을 필두로 이환균(李桓均)행조실장.정해주(鄭海주)중소기업청장등이 포진하고있다. 이같은 차관진용의 밑그림은 韓부총리가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林재경원차관과 姜통산부차관.張해양부차관등은 韓부총리가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 25면.커버…'서 계속 ] 林차관은 특유의.분위기 장악력'과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철저함이 돋보여 경제차관회의를 주관할 재경원 차관에 발탁됐다고 한다.웬만한 사안들은 차관에게 맡기고 부총리는 큰것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姜차관의 통산부 진입도 주목거리다.부총리와의 교감으로 봐서 장관 못지 않은 역할이 기대될 수도 있다.張차관은 韓부총리가 통계청장으로 내보낼 때 차관승진.0순위'라고 했던 공약을 지킨것. 이를 두고 재경원에서는“취임후 4개월 동안 과천 관가의 분위기를 주도 면밀하게 파악해온 韓부총리의 인사구도가 처음으로표면에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제장관들 인사야 정치적 요인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대통령에대한 개인적 신뢰관계를 토대로 차관 인사만은 韓부총리 의중대로엮어 비로소 자기팀을 짰다는 해석이다.
갈수록 강해질 정치권의 입김을 소화하면서 경제난 타개의 돌파구도 만들어야 하는 경제팀으로서는.컬러'가 강한 실력파 차관을전면에 내세워 이들을 중심으로 경제부처를 끌고 나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컬러'가 강한 차관진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나름대로 자타(自他)가 공인하는 실력파들이기 때문에 부처간에 쟁점사안이 생겼을 경우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얘기다.韓부총리가 林차관을 발탁한 것도 이 때문 이어서 앞으로林차관이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경원 출신 인사의 독주에 대한 불만도 있다.행조실장.재경원.통산부등 빅3 경제부처 차관을 재경원이 독점한데다 경제수석.
복지부.해양부에까지 재경원 출신이 장악했기 때문.
어쨌든 이번 인사로 과천 관가의 6,7,8회 실세가 모두 전면에 등장해 상당기간 동안 이들이 경제정책의 골격을 짜면서.차관의 전성시대'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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