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특혜 대가로 선거자금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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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지 W 부시 정권은 공화당 계열 기업인들에게서 '파이어니어'라는 다단계 모금방식으로 3억달러(약 3600억원) 가까운 선거자금을 끌어모은 뒤 이들에게 각료.대사직이나 세금 감면 등의 각종 특혜를 줬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파이어니어(개척자) 계획 =1인당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모금하면 '파이어니어'라는 타이틀을 부여받는다. 부시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한 1998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정치사상 최고액인 2억9630만달러를 선거자금으로 확보했다. 이 중 30~50% 이상을 631명의 파이어니어가 모금했다. 74년 선거법 개정으로 한 사람이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돈은 1000달러에 그친다.

◇특혜=파이어니어들의 공식적 보상은 허리띠 버클 등 약간의 기념품이다. 그러나 2000년 대선의 파이어니어 246명 중 104명이 정부 고위직 등을 얻었거나 지명받았다. 각료로 임명된 사람은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톰 리지 국토안보장관 세명이다. 또 23명은 대사로 임명됐다. 2000년 파이어니어들 중 20%가 로비스트다. 레인저 명칭을 갖고 있는 한 로비스트는 "나는 (부시의 정치고문인) 칼 로브에게 전화를 걸 수 있고, 각료의 절반과도 수시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슬그머니 바뀐 환경정책=오하이오 신타스(CINTAS)그룹 경영자도 파이어니어였다. 자산 규모가 27억달러인 이 회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니폼 세탁에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말라는 규제로 막대한 경비 지출에 직면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미 환경청(EPA)은 슬그머니 유해물질 조항을 이 회사의 로비스트가 작성한 문구로 대체했다.

◇부시의 인맥과 금맥=2000년도 파이어니어 중 3분의 2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인연이 있으며 아들 부시 대통령과는 석유업계,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팀, 주지사 시절 맺은 인맥이다. 2004년도엔 메릴린치.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 등 월스트리트 거물들이 대거 파이어니어로 참가하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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