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쇼크·美 금리인상·高유가 '3대 악재'…해외펀드 수익률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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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입니다."

한 외국계 은행 강남지점에 근무하는 이모(30) PB(프라이빗 뱅킹 담당자)는 "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자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금리 인상, 유가 상승 등 3대 악재에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주식형 해외펀드의 수익률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인기를 끌었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이머징 마켓에서 투자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이 -10%대로 내려앉았다.

◇직격탄 맞은 브릭스 펀드='중국 쇼크'의 여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중국 관련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H지수 등이 연초 대비 30% 이상 급락하자 펀드들의 수익률도 낮아지는 것이다.

대한투신운용이 운용하는 '골드&와이즈브릭스 펀드'는 지난 2월 말 설정된 뒤 수익률이 14일 현재 -9.8%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투자 비중이 30% 정도에 이르는 이 펀드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3%대의 수익을 올렸지만 중국 쇼크 이후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펀드 평가회사인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17일 현재 중국 관련 해외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HSBC 중국주식형.HSBC 홍콩주식형.슈로더 홍콩주식펀드.템플턴 차이나 펀드 등의 1개월 수익률은 -10% 안팎, 3개월 수익률은 -11~-2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70~80%에 이르던 1년 평균 수익률도 30~5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모닝스타코리아 이병훈 과장은 "지난달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펀드의 장기 수익률마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저조하다. 야당연합의 총선 승리 이후 국유기업 민영화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인도 센섹스(Sensex) 지수는 장이 열린 지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지난 주말보다 10.9%나 떨어져 일시 거래중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센섹스 지수의 이 같은 낙폭은 사상 최대치다.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 투자하는 '이머징 라틴아메리카 펀드'와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에 투자하는 '이머징 유럽 펀드' 등도 낙폭이 깊었다.

◇선진국 투자 펀드도 마이너스=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유가 상승, 중국의 긴축정책, 중동의 전쟁 분위기 확산 등 세계적 불확실성이 선진 시장의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펀드의 수익률을 고스란히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7일 '중국 쇼크' 이후 지난 14일까지 미국 나스닥지수가 6.5% 하락한 것을 비롯해 미국 다우(4.1%), 독일 닥스(7.8%), 핀란드(9.1%), 영국 FTSE(2.8%) 등도 일제히 떨어지는 등 미국.유럽의 증시도 몸살을 앓았다. 특히 일본 닛케이지수는 10.8%나 급락했다.

대한투자증권 이정완 국제영업부장은 "미국 금리 상승 우려로 주식형 펀드는 물론 채권형 펀드도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펀드 대부분이 1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투자 상품이므로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투자계획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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