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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바닷속에 크리스마스트리-징용韓人 수중추모비 뒤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남태평양의 푸르디 푸른 물속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됐다.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에 불빛이 깜박거리자 신기한듯 일제히 몰려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수송선이 침몰한 사이판 앞바다.
흔히 세계 스쿠버다이버들 사이에서는 이곳을.침몰선 포인트'라고부른다.이곳 침몰선 포인트에서는 지난 17일 이색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작업이 이뤄졌다.
수심 9의 침몰선 포인트에는 지난 3월1일 중앙일보와 삼성물산이 세운.한국인희생자 추모비'가 잠겨 있다.크리스마스 트리 높이는 5.강제징용됐다가 수장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추모비 바로 뒤에 설치됐다.
이날 수중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에는 사이판 스쿠버다이빙 전문여행사인 씨월드사이판(대표 金성우)의 다이빙 강사들과 삼성물산건설부문 사이판현장사무소(소장 宋영한)직원등 10여명이 참가했다. 씨월드 金대표는“그동안 수중추모비는 사이판을 찾는 관광객들로 하여금 전쟁의 잔인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이번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작업은 추모비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추모비는 관광객을 태운 잠수함이 지나가는 코스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날 잠수함에 승선한 관광객들은 물속에 나타난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지난 18일 오후9시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2백여개의 케미컬라이트(밤에 물속에서도 빛을 발한다)에 불을 밝히는 수중점등식도 거행됐다.
삼성물산의 宋소장은“앞으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추모비 주변을 대청소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할 계획”이라며“이번 크리스마스 트리는 내년 1월중순께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크로네시아 일대의 언론들도 이번 수중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작업에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등 큰 관심을 보였다.한편 씨월드사이판여행사는 사이판을 찾는 신혼부부들에게 스쿠버다이빙을 가르치고.침몰선포인트'를 둘러보는 체험다이빙도 실시할 계획이다.요금은 4박5일(특급호텔 숙박)98만8천원.전문강사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도와준다.02-558-0808.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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