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과학기술정책 단기처방 급급-96과학기술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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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외채 1천억달러 초과,무역 역조 2백억달러 기록등 추락하는 우리 경제와 함께 저물어가는 96년은 과학기술계로서도 우울한 것 일색이다.사실 우리 경제의 급락은 정부가 협의의 경제적 단기처방에만 급급한 나머지 과학기술분야를 홀대한데도 원인이 없지않다.올 1년의 과학기술계를 돌아본다.
[편집자註] ◇약화된 과기처 입지 우선 과학기술의 통합조정을해야 할 과학기술처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허약하게 축소된 한해였다.
지난 1월 산하 시스템공학연구소가.업무성격상'의 이유로 정보통신부로 이관됐으며 9월엔 해양연구소가 해양수산부의 품에 들어갔다. 해양연구소의 이관 과정에서 남극 세종기지마저 .덤'으로따라가 현정부의 안목을 의심케 했다.
세종기지는 극지연구의 교두보로 편의상 해양연구소에 속한 것으로 성격상 해양과는 관련이 멀다.그럼에도 결국 해양연구소가 세종기지를 차지했다.세종기지를 둘러싼 과기처와 해양부 사이의 마찰에 청와대가 끼어들어 교통정리했다는 사실은 촌극 으로 남았다. 20일 단행된 개각에서 구본영(具本英)장관이 취임 5개월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가고 재무관료 출신의 김용진(金容鎭)장관이 과학기술계 인사를 제치고 기용된데서도 과기처가 정부내에서 얼마나 푸대접받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표류하는 과기정책 과학기술정책의 표류는 올 연말이 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원자력연구소 인력 이관작업에서 볼 수 있다. 지난 6월 제245차 원자력위원회가 원연 인력중 원전계통및핵연료 설계인력등 총6백25명을 이달말까지 한전 자회사로 이관키로 결정한데 대해 해당 인력 상당수가 이적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원전인력 이관 문제는 정부가 정한 시한이 다 돼가는데도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않고 있다.
원연측이 지난달 30일 이적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직원은 해고하겠다는 극약처방을 낸 가운데 이적을 거부하는 연구원들이 강경히 맞서 팽팽한 긴장만 조성돼 있을 뿐이다.
사전에 충분한 설득과 이들의 불안감등을 해소하지 않은채 무리하게 이관작업을 진행하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2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시해 10월 정기국회에 발의된 과학기술특별법도 표류하고 있기는 마찬가지. 연내 통과를 목표로 했으나 정부예산중 연구개발투자 비율을 5%이상으로 확정한 야당의원 20명의 공동발의안과 대치상태에서 해를 넘기게 됐다.
◇연구성과 부진 과학기술계의 전반적인 위축은 연구성과의 부실로도 나타났다.
예년엔 이따금 신문 1면을 차지하던 획기적인 연구개발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달초 시상된 제2회 한국공학상의 시상내용을 보면 올 한해 우리 과학기술계가 얼마나 빈약한 성과를 올렸는지 확연히 알 수있다. 공학분야를 4개군으로 나눠 시상하는 이 상의 올해 수상자는 한국과학기술원 장호남(張虎男.화학공학과)교수 1명.
세계 최초로 재조합 대장균의 고농도 배양이론을 발전시킨 그는4개군중 제3군.나머지 3개군에서는 해당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성과도 지난 4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손연수(孫蓮秀)박사팀이 개발한 백금착물의 3세대 항암물질과 이달들어 이화섭(李和燮)박사팀이 개발한 무공해 합성섬유 리오셀 외에는 눈에 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나마 기업에서 주목할만한 몇가지 결과를 낸 것이 다행이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기가 D램 반도체를 개발해 D램분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케 했는가 하면 이달들어 한라중공업이 저궤도용 액체연료 추진 로켓엔진을 개발했으며,대우의 고등기술연구원이 레이저 광을 이용해 만든 미사 일용 초정밀자이로스코프를 개발한 것이 올해의 빈약한 연구개발실적의 한 켠을 메워주는 결실이라 하겠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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