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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노장들 누벼-50~60代 PD들 일선현장 진두지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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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SBS드라마.임꺽정'이 3회쯤 전파를 탄 지난 11월.역시 SBS드라마.형제의 강'연출자인 장형일PD와.임꺽정'연출자인 김한영PD가 방송국 복도에서 마주쳤다.장PD는 김PD를 보자 손을 덥석 잡았다.
“김한영씨 그동안 수고했어..임꺽정'을 보니 내가 왜이리 반갑고 기쁜지 몰라.잘 해낼 줄 알았어.우리…열심히 해보자고.”김PD는 주름진 장PD의 얼굴을 보며 그의 말이“우리는 끝까지현역으로 뛰자”는 뜻임을 대번 알았다.
얼마전 기자와 자리를 함께 한 김PD는 문득.나이'얘기를 꺼냈다.장PD가 만58세,정년을 맞을 나이다.김PD는 48세.책상에 앉아 후배들의 눈치(?)를 볼 때다.그러나 이들은 입을 모은다.“우리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우리에게 명퇴는 없다는것이다. 방송가의 노장(老將)들이 뛰고 있다.직급으로 치면 부장.제작위원급인 이들이 책상대신 제작현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제작위원인 장형일PD는 70년대 중반.전우'를 연출한 이래 83년 .개국'을 비롯,.등신불'.무명'(.TV문학관')과SBS.국화와 칼'(95),안중근(96)등 주로 선굵은 단막극만 맡아온 베테랑이다.그는 이번.형제의 강'을 통해 15년만에연속극,더구나 멜로드라마에 도전하고 있다.
.임꺽정'의 김한영PD는 MBC.전원일기'를 비롯해.몽실언니'.겨울안개',SBS.박봉숙 변호사'등을 연출한 20년 베테랑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와함께 노익장(?)을 과시하는 PD로 지난 7월 정년퇴임하고도 현재 대하사극.용의 눈물'(1백부작)을 연출하고 있는 김재형PD(60)를 빼놓을 수 없다.61년 방송에 입문,.국토만리'(KBS).민며느리'(TBC)를 비롯,.사모곡 '.임금님의첫사랑'.별당아씨'등을 연출한 그야말로.왕PD'.얼마전.한명회'를 통해 여전한 관록을 보여주었던 그는.용의 눈물'로“건강이허락하는 한 현역으로 남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최근.자반고등어'를 끝으로 MBC에서 정년퇴임한 박철PD도 제2의 인생을 설계중이다..사랑과 진실'.새엄마'.그여자'.사랑이 뭐길래'.엄마의 바다'등을 히트시킨 그는 MBC가 처음 도입한.대PD'가 되는 기록을 세우고 이사대우 직 책으로 정년퇴임 직전까지 현장을 누빈 주인공.
현재 그에게는 독립프로덕션이나 다른 방송사의 계약제의가 밀려들고 있다.
이밖에 SBS 드라마 카메라 감독 권재홍(60..형제의 강')씨와 함창기(59..모델 모델'방송예정)씨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베테랑으로 눈길을 모은다.
최근 방송가에서 두드러지는 노장들의 활약은 최근 2~3년간 방송가를 휩쓸던 트렌디드라마의 퇴조와도 맞물려 있다.한동안 CF같은 감각적 영상에 정신을 뺏겼던 시청자들이 호소력 있는 내용의 특별한 테크닉에 집착하지 않는 담담한 연출에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연륜이 전계층을 대상으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존이다.젊은 후배들이 보여줄 수 있는게 있다면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게 따로 있다.20~30년간의경험을 존중하는,다양성을 인정하는 제작풍토를 원한다.”만년 현역을 고집하는 노장들의 변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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