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공동상표 홍보 부족.매장 확보難 겹쳐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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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소기업의 공동브랜드가 올들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운영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성과는 기대에못미치고 있다.
특히 중소 신발업체들이 모여 만든.귀족'은 최근 부도를 내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기까지 했다.
중소기업 공동브랜드는 광고비 부담을 덜면서 효과적으로 홍보(PR)를 할 수 있는데다 중소기업청등 정부의 지원책이 나오면서제조업체는 물론 유통.레저.운수업에 이르기까지 전업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지금까지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공동브 랜드는 피혁제품의 가파치등 13개에 이르고 있고 안경테등 10여개 공동브랜드가 시장에 곧 선뵐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91년에 만들어진.가파치'가 제자리를 잡은 것등을 제외하면 출시된 상당수 공동브랜드는 홍보부족과 매장 확보난으로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중앙패션사업조합이 수출을 겨냥해 만든 패션의류.코지호'는브랜드를 만든지 1년여가 지났으나 견본품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피혁제품.세누리'는 군화등의 납품엔 성공했으나 시판 실적은미미한 수준이다.
서울가구협동조합이 가구 판매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0월에만든.가보로'는 판매장 4곳중 세군데가 서울 외곽에 위치해 아직은 눈에 띄는 실적을 못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공동브랜드의 운영이 제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은 우선 홍보부족으로 소비자 인지도가 떨어져 매출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조합운영도 효율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품생산의 배분을 둘러싼 회원업체간의 이견이나 전문인력 부족,짜임새가 없는 경영으로 회원업체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귀족'의 경우 집행부가 회원업체,심지어 일부 대리점판매점주협의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밖에 회원조합업체들의 생산기술력이 평준화가 안돼 제품수준이들쭉날쭉하고 유통.애프터서비스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도 공동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서울가구조합 김형일(金炯壹.60)상무는“공동브랜드는 상품을 적기에공급할 수 있는 물류센터와 판매장을 먼저 확보해야 하나 목좋은곳은 부지가격이 비싸 조합형편으론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당국이 공동브랜드결성 조합에 대한 면밀한 사후관리와 실효성 높은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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