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書 싹쓸이 절도 설쳐-지방門中.개인소장 괸리소홀 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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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농촌지방의 고가옥(古家屋)을 대상으로 고서적이나 그림.
골동품등을 싹쓸이하는 전문절도범들이 설치고 있다.
피해품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물건들을 문중이나 개인이 보관해온 비지정문화재들로 집을 지키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인데다 보관상태마저 허술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절도범들은 주로 차량을 이용해 재실 현판까지 있는대로 물건을훔치고 있으며 도난품은 서울등지의 골동품상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6시쯤 경북봉화군해저2리 김중환(68.
농업)씨 집에 도둑이 들어.동의보감'목판본등 고서적류 6백80점을 몽땅 훔쳐갔다.
.동의보감' 필사본은 시중에 많이 있지만 목판으로 찍은 동의보감은 현재 구하기 어려워 사료적 가치가 높은 책이다.이에앞서지난달 27일에도 같은 마을의 정진(72)씨가 서울에서 있은 문중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틀동안 집을 비운 사이 안방 벽장에 보관중이던.퇴계집'30권,.사문유치'71권등 2천여권의 고서적과 8폭 병풍 2점,문갑등을 도난당했다.鄭씨는“도둑들이 5대째 가보로 내려오던 병풍은 그림만 면도칼로 교묘하게 오려갔다”면서“조상대대로 내려온 소장품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 허탈해 했다.
또 3월6일에도 안동시예안면부포리 금만동(66)씨 집에 보관중이던 간재선생 문집등 고서적 2천여점을 도난당하는등 올들어 안동지방에서만 모두 4건의 고서적류 도난사건이 일어났다.
전문절도단은 대부분 2~3명으로 외판원이나 산불감시원등을 가장해 차량을 갖고 다니며 빈 고가옥을 범행대상으로 삼고 있다.
장인수(38.절도전과 4범.경남밀양시내일동)씨등 2명은 지난2월10일 경주 최씨 집성촌인 경북청도군강남면일곡리 崔재락(57)씨 집의 문중 재실에 침입,고운(孤雲) 최치원선생의 영정과고서적류.재실 현판등 2백여점을 훔쳐 달아났다 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수사결과 이들은 1트럭을 동원,산불감시원을 가장해경남북지방을 돌아다니며 모두 7회에 걸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으며 훔친 고운 영정은 서울의 골동품상을 통해 인천으로 팔려간것으로 확인돼 회수됐다.
경북도 문화재학예관 김용만(金容萬.45)씨는“사료적 가치가 높은 고서적류등 비지정문화재가 안동지방에만 3만종 10만여권에이르는등 도내 곳곳에 무수히 산재해 있다”며“그러나 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연간 20여건의 도난 사고가 발생하 고 있다”고 밝혔다.이에대해 안동대 임재해(林在海.민속학과)교수는“자치단체가 고서적과 고문서를 공동으로 보관.관리할 수 있는.고문서 전문보관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선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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