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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산업 변방국 벗어날 촉매제 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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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 24면

세계에너지협의회 총회 유치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기쁘다. 3년간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8일 오전 7시30분 태평양을 건너 들려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목소리는 쾌활했다. 1시간 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세계에너지협의회(WEC)가 2013년 총회를 대구에서 열기로 결정한 직후였다. 대구는 투표 참가국 중 과반수를 얻어 유치 경쟁을 한 덴마크 코펜하겐과 남아공 더반을 따돌렸다. WEC는 지구촌 최대의 민간 에너지 국제기구로 100여 나라의 정부·기업·학계 전문가들이 가입해 있다. 3년에 한 번 열리는 WEC 총회는 ‘에너지 올림픽’이라고 불리며 3000~5000명이 참가한다. 총회 유치에 따른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약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대구경북연구원의 추산이다. WEC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3년 전부터 총회 유치 활동을 벌여 왔다. 이번 총회에서도 유치 연설과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했다.
 
에너지 분야의 유엔
-일반인에겐 WEC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에너지 분야의 유엔이라고 보면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의 단체가 석유 등 특정 에너지 위주로 생산자나 소비자의 이익단체 역할을 하는 반면, WEC는 ‘가장 많은 사람에게 에너지 혜택을 준다’는 목표 아래 정부·기업·학계가 모여 모든 종류의 에너지 문제를 다룬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전력망 재건을 위해 만들어져 확대돼 왔다.”

-대구 총회의 의미는.
“한국은 에너지 문제에서 변방국가였다. 유가가 오르니 환율까지 출렁였던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대구 총회는 한국이 세계 에너지 중심에 설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총회는 최고·최신의 연구 성과와 정보가 공개되고 확산되는 지식 장터다. 이것만으로 국내 대체에너지 산업에 큰 자극을 줄 것이다. 또 총회 기간 중 대규모 에너지 엑스포가 열린다. 국내 에너지 산업 실상을 세계에 보여주면 새로운 수출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회 유치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총회는 올림픽처럼 대륙별로 번갈아 개최된다. 일찍 출사표를 던진 남아공이 유리했지만 뒤늦게 덴마크가 뛰어들며 유리해졌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덴마크는 지난 총회가 유럽에서 열려 개최 명분이 약했다. 결국 남아공 표를 나눠 가졌다. 우리는 순환 개최 원칙을 강조하고, 정부와 대성그룹이 몽골에서 하고 있는 ‘그린에코에너지파크(GEEP)’를 부각시켜 표를 끌어들였다.”

GEEP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 100만 평(약 3300㎢)의 사막을 녹색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태양광·풍력 복합발전 시스템으로 만든 전기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모래땅에서 감자를 재배한다. 그는 “몽골에선 국내보다 태양광은 3배, 풍력은 100배의 효율이 나온다”며 “에너지와 물·식량이라는 3대 자원을 한꺼번에 얻는 친환경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가스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성그룹이 왜 신재생에너지에 열성적인가.
“도시가스도 화석연료다.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그룹의 역사가 60년인데 가스를 고집해선 앞으로 그 정도 시간밖에 버틸 수 없다. 석유는 60년, 석탄은 150년치가 남았다고 하지 않나. 지구온난화니, 에너지 위기니 하는 도덕적 명제에 앞서 기업으로서 살아남으려면 변신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변신과 관련, 두 번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1960년대 취사 및 난방 연료가 장작에서 연탄으로 바뀔 즈음 그룹 주력사인 대성산업은 ‘마대자루에 쓸어 담기 바쁠 만큼’ 돈을 벌어들였다. 삼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업의 위상을 자랑했다. 거래은행 지점이 대성산업의 마대자루가 올 때까지 문을 닫지 않고 기다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 번 현금을 그대로 쌓아두는 바람에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룹의 위상은 내려앉았다. 97년 위환위기 당시에도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선대 회장에게 ‘같이 금융업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하드웨어 사업은 아직 안 하는데.
“우리의 컨셉트는 ‘브랜드’다. 이미 6년 전 ‘솔라윈’이란 브랜드로 해외 진출했다. 유명 건설사 아파트도 시멘트와 철근, 기타 자재는 각각 다른 회사 걸 쓴다. 같은 자재를 써도 브랜드 가치에 따라 아파트 값이 좌우된다. 하위 솔루션을 통합해 한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브랜드가 되겠다.”
 
문화도 에너지다
대성그룹은 최근 영화 제작 진출을 선언했다. ‘반지의 제왕’ ‘킹콩’을 만든 뉴질랜드의 웨타워크숍과 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로 했다. 계열사 ‘바이넥스트’를 통해 ‘타짜’ ‘미녀는 괴로워’ ‘화려한 휴가’ 등에 자본을 댔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고교생 이하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영재교육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울 인사동 사옥엔 5500여 점의 영상물을 갖춘 라이브러리가 있다.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빌려 볼 수 있다. “이순신과 칭기즈칸의 전기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할 만큼 김 회장은 문화사업에 관심이 많다.

-도시가스와 문화사업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도시가스가 ‘몸을 데우는 에너지’라면 문화는 ‘마음을 데우는 에너지’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면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제조업이 이제까지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효자산업이라면 문화 콘텐트는 앞으로 성장을 주도할 효녀산업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그룹 내 제조업과 문화산업의 비중을 반반씩 가져갈 계획이다.”

-2년 전 인수한 ‘코리아닷컴’이 요즘 눈에 띄지 않는데.
“기본 컨셉트를 ‘외국에 한국을 알리는 창’으로 다시 설정하고 리모델링하고 있다. 이름이 갖는 대표성을 활용해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정보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테마파크, 국민포털로 육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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