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연어알"등 秀作5편 꼭 감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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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화보는게 업이라고 하면 대뜸“어떤 영화가 제일 좋았어요? 좋아하는 배우는? 감독은?”하는 질문이 따른다..엄마와 아빠중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을 받은 아이처럼 난처해지는 대목이다.
심리적.육체적 상태,동반자,분위기에 따라 감상의 정도가 다른 것인데 어떻게 등수를 매길 수 있겠는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나 이른바 아트 필름이라고 치부되는난해한 작품보다 나의 일상에 비춰 생각해 볼만한 잔잔한 소품들을 마음에 담아둔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런데 1년을 마무리하는 때가 오면 마음속에 가장 오래,강렬하게 남아 있는 영화를 손꼽아보는 재미에 빠지곤한다.흥행과는 담을 쌓은,그래서 극장 개봉이 어려웠던 96년의 비디오 베스트5를 꼽아본다.
우선.바그다드 카페'(SKC)로 은근히 많은 팬을 갖고 있는독일 감독 퍼시 아들론의 .연어알'(스타맥스)..바그다드 카페'와 마찬가지로 두 여성의 동성애적인(육체적이라기보다 정신적인) 유대감을 알래스카 설원과 동베를린의 회색 풍 경속에 담고 있다. 캐나다 여류감독 레아 풀의 .로드 오브 러브'(영성)를보면 무작정 기차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물론 영화속의 열차처럼 샤워.식사.댄스.독서.대화가 가능한 쾌적한 공간과 최상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겠지만….상처입은 두남녀의 사랑이 겨울 풍경과 꿈.회상등과 함께 한다.
우디 앨런은 만사 제치고 볼만큼 재미있고,행복한 반추가 이어지는 작품을 만들고 있어 빼놓을 수 없다.라디오가 일상에서 큰비중을 차지했던 1930년대말을 회상한 자전적 영화.라디오 데이즈'(시네마테크)도 “천재란 이런 거야”하는 감탄에 빠져 보게 된다.
영화광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머 다볼의 현란한 미스터리물.위험한 쾌락'(영성)의 제목을 처음 들어본다면 영화광으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럽다.
느린 발레 군무를 보는듯한 총격전 장면 편집등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샘 페킨파의 서부극 .와일드 번치'(드림박스)를 작은TV화면으로 보는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긴 하지만 몇번이고 되풀이해 볼 수 있는 행복으로 상쇄해야겠다.
(비디 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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