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재입단 … 시련이 그를 키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김광현(左)과 신인상을 받은 최형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25)가 2008 시즌 최고 신인으로 뽑혔다.

최형우는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8 최우수 신인 선수 투표 및 시상식에서 총유효표 94표 중 76표(81%)를 획득, 2위 KIA 김선빈(7표)을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트로피를 차지했다.

최형우는 세 가지 진기록을 세웠다. 역대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많은 시즌을 뛰었고,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신인왕이 됐다. 규정상 신인 선수는 5시즌 이내, 투수는 30이닝·타자는 60타석 미만이면 신인 자격이 주어진다.

◆방출과 재입단=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4년간 1군에서 단 6경기(8타석)를 뛰는 데 그쳤다. 당시 포수였던 최형우는 진갑용·현재윤에게 밀려 1군에서 뛸 기회가 드물었다. 대부분 2군에 머무르다 2005년 말 삼성 유니폼을 벗었다.

방출의 설움을 겪은 최형우는 경찰청 입단 테스트를 통해 합격, 2년간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했다. 포지션을 외야수로 바꿨고 김용철 당시 경찰청 감독으로부터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으면서 타격 재능을 꽃피웠다. 지난해 2군에서 트리플 크라운(홈런·타점·타격) 등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찍었다.

◆역대 최장 시즌 뛴 중고 신인왕=최형우는 올해 삼성에 재입단, 실질적으로는 프로 7년차지만 군 복무 2년을 빼기 때문에 5년차로 신인 자격에 해당됐다. 1989년 박정현, 95년 이동수, 2002년 이동학에 이은 네 번째 중고 신인왕이다. 최형우는 다섯 시즌째에 수상, 92년에 입단해 네 시즌째 수상한 이동수의 종전 기록을 뛰어넘었다.

◆역대 최고령 신인왕=신인왕 선정이 처음 이뤄진 83년 이래 지난 시즌까지 최고령 신인왕은 24세였다. 첫 신인왕이었던 박종훈(두산 2군 감독)을 비롯해 85년 이순철(전 LG 감독), 87년 이정훈(전 LG 코치), 88년 이용철(KBS 해설위원), 91년 조규제(히어로즈 코치), 93년 양준혁(삼성) 등 모두 대졸 신인왕이었다. 25세의 최형우는 “이 나이 먹고 신인왕이 된 게 쑥스럽긴 하다.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으면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연쩍어했다. 최형우는 올해 연봉이 5000만원이다. 신인들은 최고 2000만원을 받지만 최형우는 재입단인 데다 지난해 2군 홈런왕 등 성적을 인정받았다.

한편 MVP에는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광현이 뽑혔다. 다승(16승)·탈삼진(150개) 2관왕에 오른 김광현은 총 94표 중 51표를 획득, 27표를 얻은 타격 3관왕 김현수(두산)를 제치고 2000만원 상당의 순금 트로피를 받았다.

한용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