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盧씨 斷罪' 1,2審 40번 공판 단일사건으론 最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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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이 함께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선 12.12,5.18및 비자금사건은 수사 착수부터 16일 항소심 선고까지 숱한 법리논쟁과 화제를 뿌리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10월19일 당시 민주당 박계동(朴啓東)의원이 盧씨의비자금 4천억원 예치설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대검 중수부가 盧전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등 기업인 40여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4천1백여억원의 비자금을 모은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그간 설(說)로만 떠돌던 전직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조성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12월5일 盧씨와 이현우(李賢雨)전청와대 경호실장등 3명이 구속기소되고 이원조(李源祚)전의원과 대우 김우중(金宇中)회장등 12명이 불구속 기소됐지만 사건의 파장은 더욱 확대됐다. 盧씨 비자금 사건의 불똥이 11월24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5.18 특별법 제정 지시로 전두환씨에게 옮겨 붙은 것이다. 특별법은 검찰의 공소권 없음 결정.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이후에 만들어져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등으로 법조계내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올 2월 헌재에서 합헌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법률적 근거를 갖췄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1월30일 서울지검에 12.12및 5.
18사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22일만에 全.盧씨를 비롯해 황영시(黃永時).정호용(鄭鎬溶)씨등 핵심 관련자 16명을 구속.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같은해 12월5일 盧씨 비자금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했으며 全씨 비자금사건과 관련된 안현태(安賢泰)전청와대 경호실장등 6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엄청난 사건 규모와 관련자들의 비중으로 인해 9개월여동안 1심과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면서 수사단계 못지않은 화제를 뿌렸다.
1심 28차례,항소심 12차례등 1,2심을 합쳐 40번의 공판이 열림으로써 단일사건 사상 최대의 공판 횟수를 기록했다.
또 1심에서 정승화(鄭昇和)전육참총장.신현확(申鉉碻)전국무총리등 41명,항소심에선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을 비롯한 33명등 모두 74명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서울지법 형사 합의30부(재판장 金榮一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1심은 변호인 집단퇴장및 사임,신청 증인 50명 무더기 취소등의 흠집을 남겼으나 全.盧피고인에게 사형과 징역 22년6월이,13명의 피고인에겐 징역 10년~4년의 중형이 각각 선고돼검찰측의 승리로 일단 마무리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權誠부장판사)는 증언을 거부해온 최규하전대통령을 강제구인이라는 최후수단까지 동원해가며 법정에 세워 화제가 됐다.
그러나 강제구인된 崔전대통령은 증언은 물론 선서까지 거부함으로써 진실 규명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으며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던 항소심 재판에도 흠집을 남겼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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